[말복에는 오리 고기를] 오늘도 덥네, 몸 보양엔 오리가 진리!

입력 : 2015-08-05 19:04:20 수정 : 2015-08-06 13: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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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요리 전문집 '청둥오리 이야기'는 상호처럼 청둥오리로 전골을 만들어 내놓는다.

보양식이라고 하면 으레 닭을 떠올린다. 특히 삼계탕은 오랫동안 보양식 중 보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닭보다 오리'다. 희소성이나 가격 면에서도 오리가 닭보다 한 수 위다. 그중에서도 오리 전골과 백숙, 구이는 보양식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폭염의 계절에, 말복을 앞두고 오리 맛을 찾아 나섰다.

■ 청둥오리 이야기

지방함량 낮아 담백한 청둥오리
뽕잎 장아찌에 싸 먹는 맛 일품
직접 담근 누룽지 막걸리도 별미


좋은 약은 쓰다고 했던가.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아줄 음식이 그만큼 드물다는 뜻일 것도 같다. 그런데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집이 있다는 제보에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기장군 정관면 '청둥오리 이야기'. 윤정인(52) 대표가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오리 요리 전문집이다.

예약을 하고 가게를 찾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청둥오리 전골이 곁들이와 함께 차려졌다. 냄비 속에는 오리와 각종 채소, 들깻가루, 양념장, 육수가 들어 있었다.

청둥오리는 일반 오리보다 몸집이 작은 대신에 지방함량이 낮다. 그럼에도 한 마리를 시키면 2~3명이 함께 먹을 수 있다.

사진은 구수한 맛이 일품인 누룽지 막걸리.
전골이 익기를 기다리며 윤 대표가 직접 담갔다는 누룽지 막걸리를 한 병 시켰다. 잔에 따르니 색깔은 다른 막걸리와 거의 같았다. 그러나 맛이 달랐다. 구수하고 달콤했다. 시원한 밀크커피를 마시는 듯했다.

곁들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했다. 윤 대표는 "직접 농사지은 것들이 대부분이고 솔, 칡 등을 효소로 만들어 반찬을 만들때 조미료를 대신 사용한다"고 답했다. 효소는 40가지가 넘었다. 이 때문일까. 뒷맛이 개운했다.

그의 설명을 듣는 사이에 전골이 다 익었다. 오리고기를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으니 맛있는 향이 솔솔 났다. 잘 익은 채소와 오리고기를 뽕잎 장아찌에 싸서 먹어 보라고 그가 권했다. 입속에서 오리고기의 담백함과 장아찌의 새콤함이 잘 어울렸다. 국물도 깊고 담백했다.

그는 식당을 내기 전에 서면에서 미장원을 30년간 경영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맛집을 찾아다녔는데, 전남 장성 백양사 근처에서 맛본 오리전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단다. 이후 미장원을 그만두었을 때 그 오리전골을 떠올려 오리 요리 전문집을 열었다. 그러나 전골 육수가 가장 중요한데, 딱히 배울 데가 없더란다. 그래서 독학을 했고, 끝내 지금의 육수를 개발했단다. 이를 계기로 한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도 땄단다.

하지만 그는 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재료가 아니고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산에서 채취하고, 직접 농사를 짓고, 장을 담그는 것도 다 마음에서 우러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게 한 쪽 벽에 담근 술이 가득했다. 식당을 개업하기 전부터 담근 것이란다. 그중에는 20년 넘은 것도 있다. 참, 청둥오리 전골은 3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청둥오리 전골(2~3인분) 4만 원. 전골 추가(반 마리) 2만 3천 원, 누룽지 막걸리 7천 원, 김치찜 1만 원. 영업시간 11:30~20:00. 부산 기장군 정관면 병산로 127-14. 051-727-7977.
보수동에서 20년째 영업 중인 오리 전문집 '보수구이'에서는 16가지 약재를 사용한 한방 오리 백숙이 가장 인기 있다.
■ 보수구이

부드러운 육질 유황오리 백숙
버섯 간장조림 등 16가지 밑반찬
주연 못지않은 보양식 주인공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는 '보수구이'에서 잠시 접어 두자. 보수구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이념 논쟁이 먼저 떠올랐다. 알고 보면 보수동에 위치해 '보수구이'라는 이름을 썼을 뿐인데, 손님들이 무슨 뜻이냐고 자주 묻는단다.

"찾아오느라 힘들었지요?"

가게 위치를 전화로 몇 차례 묻고 찾아갔더니 정성숙(56) 대표가 인사를 건넸다. 과거 법원이 중구에 있을 때에는 법원 근처의 맛집으로 잘 알려져 찾기가 쉬웠는데, 지금은 랜드마크가 없으니 손님들이 찾아오기가 어렵다고 그는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단골이 넘친다. 옛 맛을 잊지 못한 것이다.

가게에 도착하기 1시간 전에 미리 유황오리 백숙을 주문했다. 자리에 앉으니 오리 백숙에 앞서 곁들이가 먼저 나왔다. 가지런히 놓인 곁들이는 16가지나 됐다.

정 대표는 그중 두 가지를 꼽았다. 버섯 간장조림과 매실 견과류였다. 버섯 간장조림은 10년 된 간장을 사용했단다. 감칠맛이 은근히 묻어났다. 매실 견과류는 매실액에 견과류를 조려 강정처럼 만들었는데 상당히 고소했다.

주문한 유황오리 백숙이 나왔다. 16가지 약재를 넣고 푹 고았다. 황기,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둥굴레, 구기자 등이 들어 있었다. 약재는 농장과 직거래를 통해 직접 구매한 국산품이라고 했다. 이를 한 번 쓸 양으로 만들어 봉지에 담아 둔다.
사진은 모양만 봐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오리고기.
오리백숙에는 오리 한 마리가 들었다. 3~4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제일 맛있어 보이는 다리를 뜯었다. 육질이 부드럽다. 혹시나 했는데, 오리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양념장도 필요 없었다.

정 대표는 좋은 약재를 많이 넣었으니 국물은 다 먹고 가야 한다며 웃었다. 곧 백숙 손님에게만 나온다는 영양죽을 맛보았다. 죽이 고소했다. 그래도 허전해 오리구이를 주문했다. 빨간 양념을 입은 고기가 나왔다. 유황 오리라서 잡냄새가 나지 않고 육질은 부드러웠다. 양념도 매콤달콤하게 잘 배었다.

그는 개업한 지 20년이 됐다며 식당업을 하기를 잘 했다고 뜬금없이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세상 사는 이야기도 듣고 즐겁게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방 오리백숙은 1시간 전 예약 필수다.

오리구이 2만 원, 한방 오리백숙 4만 원, 영양죽 1천 원. 영업시간 12:00~22:00. 명절 휴무. 부산 중구 보수동 3가 39-11. 051-256-9794.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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