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 '맛 대 맛'] 박 부장 '고소한 양곱창' vs 박 기자 '탱탱한 파스타'

입력 : 2015-12-09 19:06:13 수정 : 2015-12-15 18: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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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사람마다 제각각 입맛이 다르니 모임 장소 정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연령대가 다양하다면 더 그렇다. 음식은 나눔이자 배려가 아닐까. 가끔은 상대의 취향을 배려해보자. 중년의 입맛을 대변해 박 부장, 젊은 입맛을 대변해 박 기자가 나서서 각각 한 곳씩 골랐다. 박 대 박 대결이 아니라 누가 누가 취향 존중하느냐이다. 

캐리커처=조소라 프리랜서 soraaj@naver.com
정 양곱창

연말엔 불판에 뭐 좀
구워야 제 맛이지. 달짝지근
곱창에 나물 반찬까지 푸짐한
이 집 강추야!


'화기애애(火氣靄靄)'! 연말에는 불가에 둘러앉아 뭘 좀 구워야 제격이다. 미리 준비한 건배사도 한 번 멋지게 외치고. 이럴 때 어울리는 소주 안주라면 뭐니뭐니해도 양곱창이 최고다. 박 부장이 오늘 소개할 집은 한 번 갔다면 왠지 정들 것 같은 '정(情) 양곱창'이다. 곱창을 먹는다는 것은, 남의 속(소 위)을 덜어 내 속을 채우는 일이다. 깨끗이 작업했는지 모르는 게 남의 속이다. 그래서 양곱창은 무조건 믿을만한 집에 가야 한다.

"A양곱창집은 사장님이 미인이고, B는…." 남천동 양곱창집의 역사를 두루 꿰는 분이 정 양곱창을 추천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미리 차려진 나물 반찬. 뽀얀 도라지와 미역, 다시마가 한 접시. 시금치 등 다른 나물도 예쁘게 자리를 잡았다. 양곱창 집에서는 원래 별다른 반찬이 없는 법인데 …. 법도 살기 좋게 고쳐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물이 좋아진다. 김미경 대표는 양곱창을 손보며 "내가 나물을 좋아해 어떨 때는 나물만 10개가 넘게 나올 때도 있다"고 말한다. 도라지도 다 직접 깐 것이다. 정해진 반찬 없이 시장 가서 그날 기분 따라 반찬이 달라진다. 김 대표는 "대창과 특양을 같이 먹으면 식감이 좋으니 두 개를 붙여 드시라"고 권한다. 고수의 훈수는 역시 다르다. 중독성이 강한 고소한 맛의 대창, 일주일 뒤에 또 먹고 싶어졌다. 양곱창용 빨간 양념이 달착지근해서 맛있다. 곱창을 콩나물에 올려 먹으니 또한 별미다.

채소를 많이 싸서 먹으라고 권한다. 이러니 중년 남성에게 좋을 수밖에. 이렇게 먹으면 왠지 술도 몸에 좋을 것 같다. 
끝이 아니다. 어릴 적 누런 국수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된장국수에서 아주 그리운 맛이 났다. 된장이 맛있지 않으면 이런 맛이 안 나온다. 된장찌개도 금방 바닥이 났다. 집된장이 좋으니 고추된장 무침 반찬도 맛나다. 나물로 비빔밥을 해서 먹어도 좋겠다. 단골이 미리 주문하면 숙성시킨 장어도 구워준다. 신경 쓴 장어에 양념장까지 좋으니 맛있지 않을 리 없다.

특양 2만 2천 원, 양 대창 1만 8천 원, 곱창 1만 8천 원(1인분 200g 기준). 모둠 한 접시 3만 원. 점심특선 곱창전골 1인분 8천 원. 영업시간 11:30~22:20. 부산 수영구 남천동로10번길 12. 지하철 2호선 남천역 1번 출구에서 기업은행 남천지점 골목 뒤편 20m. 051-611-9235.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카페 쏜 (cafesson)

오붓해서 파티 열기 딱!
레몬 삽겹살 샐러드에 깔끔한
나물 파스타는 외국인 친구도
좋아할 만해.


지인들과 다 함께 모여 작은 파티를 열고 싶다. 오붓한 장소가 어디 없을까? 그런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카페 쏜'이다.

도시철도 구서역에서 내려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카페 쏜'이 보인다. 하얀색 외벽에 붙어있는 새로운 메뉴와 사진전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에 먼저 눈이 간다.
찾아간 날은 겨울바람이 차가웠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게 안은 따뜻한 오후 햇살이 가득했다.작은 소품과 화분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카페는 친구 집에 놀러 온 듯 편안한 기분이 든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레몬 삼겹살 샐러드'와 '나물 파스타'를 선택했다. 주문과 함께 손미라 대표는 요리를 한다. 삼겹살을 굽는 맛있는 냄새에 침이 가득 고였다. 나물 파스타에 포함된 아메리카노가 먼저 나왔다. 커피 향에 배고픔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레몬 삼겹살 샐러드는 잘 구워진 삼겹살 위에 새콤달콤한 소스가 올려져 있다. 함께 들어있는 채소, 버섯도 서로 잘 어울린다. 한 끼 식사로도 좋지만 와인이나 맥주 생각이 난다. 
나물 파스타에는 고사리가 들어있다. 너무 맛있다고 하니 오미자 특제 간장이 들어있단다. 파스타에 나물이라니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퓨전 한식 같다. 외국인들을 초대한 파티에 내어 놓아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손 대표는 친구 덕분이란다. 친구가 놀러 왔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다. 그때가 명절이라 나물이 있어 만들어 본 것이라 했다. 반응이 좋아 정식 메뉴가 되었단다. 요리에 들어가는 간장, 레몬 청, 오미자, 매실청은 그의 어머니가 직접 만든다. 이런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그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화장품 홍보 일을 했다. 홍보를 위해 장소를 섭외하고 꾸미는 일을 자주 했다. 그때의 경력을 살려 파티, 전시회 기획도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 없는지 늘 고민 중 이다. 이번 달에는 손님을 위해 준비한 맛있는 이벤트가 있다. '카페 쏜'으로 가보자.

레몬 삼겹살 샐러드 120g 1만 2천 원, 아낌 없이 주는 김치+아메리카노 1만 2천 원, 나물 파스타+아메리카노 1만 5천 원. 영업시간 10:00~20:00. 부산 금정구 금샘로 331. 051-918-1777.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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