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었던 장소 4곳] '뻔한 공간은 가라' 독특한 멋과 맛 나만의 추억 담기 어렵지 않아요~

입력 : 2016-03-09 19:03:49 수정 : 2016-03-13 16: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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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데니스'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스타그램 명소로 떠올랐다. 이재찬 기자 chan@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멋진 공간에서 보내고 싶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있고 싶었던 장소 4곳을 소개한다. 부산의 오래된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카페 데니스', 바다 풍경이 멋진 '파라다이스 키스' 만화 카페, 라오스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헬로 라오', LP판 음악을 들으며 추억에 빠지게 되는 '양지다방'이다.

카페 데니스 (CAFE DENNIS)…

이색 인테리어 공간서 커피 한 잔


"궁금한 사람만 오라는 건가?"

'카페 데니스(CAFE DENNIS)'는 말로 참 설명하기 어려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DENNIS는 오정훈 대표의 영어 이름. 카운터 위에는 공구상에서나 볼 수 있는 쇠사슬과 커다란 쇠고리가 걸려 있다. 오 대표는 공장 유니폼 같은 점퍼를 입고 주문을 받는다. 아메리카노와 홍차 '루이보스 온천장'을 주문했다. 그리고 남의 집 철 대문으로 만든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대문 손잡이인 사자 머리까지 달렸다. 이걸 가져와 테이블로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그 자리에 앉으면 동그랗게 구멍 뚫린 벽 사이로 건너편 테이블이 보인다. 여기가 포토존이다. 

경찰서 출입이 잦았던(?) 지인은 구석에 놓인 소파가 낯이 익다고 했다. 90년대 초 파출소에서 많이 보던 소파라는 것이다. 파출소에서 얻어 온 것이 맞았다. 여기서는 철 대문이나 버려진 소파도 각자의 몫을 한다.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니 "조용히 해 달라"고 데니스가 이야기한다. 모두가 이 공간을 느끼고 가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하는 일이다. 조용해진 카페 안에는 음악 소리와 커피향만 가득하다.

에스프레소 3천500원, 아메리카노 4천 원, 루이보스 온천장 5천 원, 전포 율무 5천 원. 영업시간 12:00~21:00. 월요일 휴무. 어린이 입장 불가. 부산 부산진구 전포대로306번길 36 1층. 송상현광장 뒤쪽. 070-4797-2250.

파라다이스 키스 (Paradise Kiss)… 
만화카페 '파라다이스 키스'는 식사와 커피에 멋진 풍경까지 덤으로 있다.
만화 보고 멋진 센텀 풍경 '덤'

예전에 담배 연기 자욱하던 만화방은 이제 잊어도 좋다. 만화카페인 '파라다이스 키스(Paradise Kiss)'에 들어서면 멋진 풍경에 감탄이 먼저 나온다. 18층에 위치해 해운대 센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아하게 만화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식사도 가능한 공간.

박진실 대표는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가 상상했던 만화방을 운영해 보기로 했단다.
자리를 잡고 만화책을 골랐다. 진지하게 '독서'에 빠져 있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져 라면을 주문했다. 특히 만두라면 강추!

해가 지려고 하니 창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의 창이 빨간색으로 물든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에 불이 들어온다. 주변은 깜깜해지고 이 공간만 환하다. 비행을 하는 기분이다. 드문드문 들리는 대화 소리와 만화책을 넘기는 소리만 이곳을 채운다.

편안하게 누워서 만화를 볼 수 있는 개방형 미니 룸도 있다. 편하게 만화책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돈가스도 평균 이상의 맛에 디저트까지 나온다. 
만화방 입장료 10분 400원, 불고기 세트 8천800원, 돈가스 세트 8천800원, 달걀라면 4천 원, 아메리카노 4천500원. 영업시간 11:00~22:00. 화요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2로2 마린파크 18층. 051-731-1805.

헬로 라오 (Hello Lao)… 
'헬로 라오'에서는 동남아시아 길거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라오스 샌드위치가 인기가 많다.
다락방서 먹는 라오스샌드위치 그 맛은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에서 3인방이 방비엥 시장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진짜 맛있어 보였다. 바게트 사이에 여러 가지 재료가 푸짐하게 든 샌드위치였다. 그 맛이 궁금해 당장 라오스로 가고 싶었다.

해운대 센텀에 '헬로 라오(Hello Lao)'라는 라오스 샌드위치 가게가 생겼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색깔이 다양한 태국식 쿠션 의자 먼삼리얌이 놓여 있다. 천장이 낮아서 허리를 숙이고 다녀야 하지만 손님들은 재미있어 한다.
강성욱 대표는 여행이 취미다. 세계 여러나라 여행을 다니다가 라오스에서 부인과 처음 만났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게를 시작했단다. 이름은 헬로 라오이지만 라오스 샌드위치만 판매하지는 않는다. 동남아시아 길거리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다 있다.

라오스 샌드위치는 부드러운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속에 햄, 채소 등을 채웠다. 그 위엔 달걀프라이 하나가 올려져 있다. 너무 푸짐해 한 입에 넣기 힘들다. 토스트에 초콜릿이 올라간 누텔라 토스트와 달콤한 연유 커피는 여행지에서 먹었던 그 맛이다. 동남아시아 여행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즐거운 장소가 되겠다.

라오스 샌드위치 4천800원, 누텔라 토스트 4천800원, 연유 커피 4천800원. 영업시간 10:00~11:00. 부산 해운대구 센텀동로 9 트럼프월드 센텀 상가 1층 116-1호. 051-741-7408.

양지다방(SUNSHINE)…
'양지다방'은 일본 영화나 드라마 속으로 불쑥 들어온 느낌이 든다.
LP판 들으며 감성충만 낭만의 공간


'양지다방'을 찾아 '그야말로 옛날식' 건물의 층계를 올랐다. 하지만 유리창에는 '선샤인(SUNSHINE)'이라는 글자뿐. '선샤인'이라 쓰고 '양지다방'이라고 읽는 거였다. 다방 안에는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은 없다. 셀카 놀이에 열심인 젊은 여성 손님뿐. 망설이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깨끗한 느낌. 일본 영화나 드라마 속으로 불쑥 들어온 것 같다. 턴테이블과 LP판, 일력(日曆), 석유 스토브, 마을회관에서 누가 오기를 기다렸을 의자, 촌스러운 커튼…. 어제의 용사들을 여기로 소환한 사람이 누굴까. 김남준·이유라 부부는 서면에서 꽤 알려진 음식점을 했다. 장사는 잘되었지만 사람에 지쳐서 초심을 잃었단다. 음식점을 그만두고는 1년간 훌쩍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이렇게 돌아왔다. 
영업시간이 짧은 이유를 물었다. "손님도 중요하고, 저희 생활도 중요해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 보려고 합니다"라며 웃는다. 편하게 음악을 들으라고 동행도 세 명까지만 허용한다. 최백호가 부른 '낭만'과는 또 다른 '낭만' 이 자꾸 여기로 부른다. 
아메리카노 4천500원, 체리파운드 3천 원, 영업시간 13:00~19:00. 휴무는 인스타그램으로 공지. www.instagram.com/sunshine_workroom.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673-5 2층. NC백화점 뒤편 공구 골목.

글·사진=박나리·박종호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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