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미조개, 봄 도다리 한 점… 꽃비 그치기 전에 얼른

입력 : 2016-04-06 19:14:20 수정 : 2016-04-10 18: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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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있는 조개구이집'의 '갈미조개 샤부샤부'는 살짝 익힌 조갯살의 단맛이 일품이다.

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더 짧은 것만 같아 아쉽기만 하다. 봄이 지나가 버리기 전에 제철이라 더 맛이 있는 메뉴 두 가지를 골라 보았다.

갈미조개가 맛있는 '복이 있는 조개구이집', 쑥향이 좋은 도다리쑥국이 있는 '일광바다'에서 봄을 느껴 보자.

복이 있는 조개구이집

서면서 만난 명지산 갈미조개
질기지 않게 살짝 데쳐 입안에
톡 터지는 조갯살의 단맛 일품

"개량조개 먹으러 가자!"

이렇게 이야기하면 부산에서는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 깐 조갯살의 모양이 갈매기 부리 모양을 닮아서 갈미조개, 낙동강 하구 명지 근처에서 많이 잡히다 보니 명지조개라고 더 많이 불린다. 여하튼, 맛있는 갈미조개를 맛보려면 명지까지 가야만 하는 날이 많았다.

이제는 갈미조개가 먹고 싶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부산 서면 영광도서 근처에서 박치정 대표가 5년째 운영 중인 '복이 있는 조개구이집'으로 가면 된다.

가게로 들어서면 큰 수조가 먼저 보인다. 그 안에는 노란색의 갈미조개가 가득 들어 있다. 갈미조개가 예전만큼 많이 잡히지 않아 조개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단다. 조개를 구하지 못하는 날에는 가게 문을 닫기도 한다. 하지만 박 대표의 친척이 갈미조개를 직접 잡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재료 구하기가 수월하다니 안심이다. 역시 믿는 구석이 있다. "가끔 갈미조개 잡으러 배를 타러 가기도 하는데 소질이 없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그는 웃는다.

이 집을 추천한 지인은 샤부샤부를 꼭 맛보아야 한다며 주문을 했다. 샤부샤부를 할 육수가 담긴 냄비가 나오자 육수가 예술이라며 강제로 맛을 보게 한다. 육수 자체가 맛이 있다. 지인은 이 집의 설명을 자처한다. 조개가 한꺼번에 많은 양이 들어오니 껍질이 깨지는 것이 많다. 그 조개를 듬뿍 넣어 육수를 내니 맛이 있는 거라며 본인의 가게처럼 자랑한다. 이 집에 워낙 자주 오다 보니 너무 잘 아는 것이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채소를 먼저 넣고 곧 갈미조개를 넣었다. 조개는 많이 익히면 질겨지니 살짝만 익혀 졸깃할 때 먹는 것이 요령이다.조갯살이 툭 하고 터질 때마다 달큼함이 입안에 퍼진다.

육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갯살의 단맛이 배어들어 더욱 감칠맛이 돈다. 육수를 그릇 가득 담아 먹고 또 먹게 된다. 육수는 언제든 더 채워 주니 눈치 보지 말고 많이 먹어도 된다.

 갈삼구이도 안 먹고 가면 섭섭하다. 갈삼구이는 갈미조개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는다. 동그란 전용 프라이팬 가장자리 쪽으로는 삼겹살, 중앙에는 갈미조개를 올린다. 그리고 조개 위에는 육수를 조금 부어 준다. 지글지글 삼겹살과 갈미조개가 익는다. 김 한 장과 쌈무, 콩나물을 함께 올리고 쌈을 싸 먹으면 된다. 고소한 삼겹살과 갈미조개가 무척 잘 어울린다.

이렇게 두 가지를 먹고 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샤부샤부에는 죽, 갈삼구이에는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 어려운 선택이다. 다수결로 볶음밥을 먹기로 했다. 고소한 볶음밥에 샤부샤부의 끝내주는 국물을 곁들이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조개샤부샤부·갈삼구이 4만 원, 볶음밥 2천500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새싹로 21-2. 051-802-2064.

일광바다

일식집 경력 주인장의 육수에
살 오른 도다리와 쑥 '향긋'
쫄깃한 식감 말미잘탕도 추천


도다리쑥국을 먹기 위해 바닷가를 따라 드라이브에 나섰다. 목적지는 일광해변에 있는 '일광바다'다. 박석줄, 김금옥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일광바다'의 '도다리쑥국'은 담백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의 조합으로 봄 입맛을 돌게 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도다리쑥국이다. 가게 안은 향긋한 쑥향이 가득하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다리쑥국과 말미잘탕을 주문했다. 말미잘탕은 메뉴판에는 적혀 있지 않다. 아는 사람만 찾는 메뉴라 그렇다.

차려진 반찬중 먼저 마음을 끈 것은 상추, 부추, 돌미나리, 방아잎이 섞여 있는 모둠 채소 그릇이다. 어린 채소잎만 푸짐하게 담아냈다. 매일 장보기에 따라 다른 종류가 나온단다. 생 콩을 갈아 넣어 고소하게 만든 쌈장과 함께 먹었다. 그 맛이 된장에 무쳐낸 향긋한 나물을 먹는 기분이 들어 자꾸만 손이 간다.

다른 반찬도 미역, 섞박지, 멸치젓, 생선조림, 초고추장에 버무린 멸치회 등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어 낸 것들이 대부분이다. 쌈 채소에도 해초가 두가지나 자리를 잡고 있다. 기장이라서 맛볼수 있는 어촌의 밥상이다.

도다리쑥국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와 쑥이 듬뿍 들어 있다.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난다. 부부는 예전에 일식집을 10년 넘게 운영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재료는 기본이고 오랜 시간 동안 불 조절을 해가며 정성을 들여 육수를 만든다.

남편 박 씨는 육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버리고 새로 만든다고 한다.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부인은 남편의 이런 고집 덕분에 단골이 많은 것 같다며 은근히 자랑이다.

말미잘탕은 기장 쪽으로 와야 맛볼 수 있는 메뉴이다. 일행 중 한 명은 먹어 본 적이 없어 그 맛이 궁금하다며 기대가 크다. 가게로 들어오기 전 수조에서 보았던 투명한 촉수를 하늘거리던 말미잘이 재료가 된다.

말미잘과 장어를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여 냈다. 탕을 먹고 나니 불끈 힘이 난다. 말미잘 자체는 무슨 맛이라고 정의하기 힘들다.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에 먹는 재미가 있다. 일행은 말미잘탕이 본인 취향이라며 맛있게 먹는다. '일광바다'의 상차림에는 언제나 바다 향이 가득하다.
도다리쑥국·말미잘탕·가자미물회·회덮밥 1만 2천 원. 영업시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부산 기장군 일광면 기장해안로 1312. 051-724-7188.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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