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에 안성맞춤~ 미역국 전성시대

입력 : 2017-02-15 19:14:08 수정 : 2017-02-17 10: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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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혼 국보미역'은 미역 색깔이 짙다. 통통하게 살 오른 가자미가 들어간 국보미역국

몸속에서 생명을 키워내고 출산하느라 애쓴 산모의 건강 회복을 위해, 또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을 기념하며 챙겨 먹는 미역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뜨끈한 미역국은 밥상에 종종 오르는 인기 레퍼토리다. 요즘 식당가에는 미역국에 조개, 소고기, 가자미, 전복, 성게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변주한 밥집이 종종 눈에 띈다. 입소문 자자한 미역국 식당 몇 곳을 찾아 봤다.

'정직해야 된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눈에 그대로 드러나서 보이는 것이다.'

송정 기장혼 국보미역

가자미·전복·조개 주재료 듬뿍
해산물·곡물 우려낸 육수 '진국'
직접 생산한 미역 쓴 '로컬푸드'


식당 길목에 이런 글귀가 걸려 있다면 일단 믿음이 갈 것 같다. 한적한 바닷가 외식 거리였다가 지금은 동부산관광단지로 인해 유동 인구가 늘고 있는 공수마을에 약 2년 전 들어선 '기장혼 국보미역'이 그랬다. 이런 철학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그렇게 만든 음식은 피가 되고 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활전복을 통째로 쓴 전복미역국
점심 손님이 몰려들 때 이 집을 찾아가 봤다. 창가 볕이 드는 따뜻한 자리가 마침 비어 운 좋게 앉았다. 전복, 참가자미, 조개, 주재료가 이렇게 각각 들어간 미역국을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다 나온 국그릇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큼지막한 그릇에 가자미 한 마리가 몸을 누이고 있고, 다른 그릇에는 작지 않은 전복 3개가 껍질째 들어 있다. 조개미역국은 '미역 반 조개 반'이었다.

짙은 노란 빛을 띠는 국물은 진했다.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어 봤다. 뜨끈하고 든든한 느낌이 속에 차올랐다. 미역국만으로도 요기가 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묵직한 맛이었다.

주방에 물어보니 육수 준비부터가 까다로웠다. 조개를 비롯한 해산물 5가지에다 참깨, 흰콩 등 곡물을 넣고 6시간을 우려낸다고 했다. 든든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이유가 콩과 깨에 있었다. 미역은 별도로 볶아 뒀다가 주문 즉시 육수, 주재료와 함께 끓여 낸다.

다른 미역국 식당도 많지만, 국보미역의 자랑은 '로컬푸드'라는 데 있다. 기장에서 40년 넘게 미역을 양식하고 있는 김보생 대표가 자신이 생산한 미역을 사용한다. 기장의 햇살과 바람이 이곳에서 생산된 미역을 말리는 천연 건조기다. 김 대표는 "국보미역은 끓여 놓으면 색깔이 검정에 가까운데 그 이유는 인위적인 가공 없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 천연 미역을 그대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당 내에서 말린 미역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가게의 목표에는 기장미역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포함돼 있다.
조개살이 풍성한 조개미역국
국보미역국(참가자미)·조개미역국·황태미역국 각 1만 1000원, 전복미역국 1만 6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 부산 기장군 공수1길 3(시랑리). 051-723-2332.

마린시티 미역국정찬
'미역국정찬'은 육수를 쓰지 않았는데도 대합과 미역이 국물에 많이 우러났다. 조개미역국
광안대교의 멋진 야경을 편히 감상할 수 있는 마린시티는 인접한 해운대해수욕장과 함께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의 식성을 반영한 고급 밥집이 명멸을 거듭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 식사 시간이면 거의 빠짐없이 빈 자리가 날 때를 기다려야 하는 미역국 식당이 있다기에 찾아가 봤다. '미역국정찬'이라는 간판을 단 곳이다.

조개와 가자미가 각각 들어간 미역국을 먹어봤다. 맑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탁하지도 않은 적당한 겉모습의 국물 속에 조갯살과 가자미 한 마리가 각각 들어 있었다. 큰 미역을 잘게 다듬지 않고 큼직하게 썰어 넣었다.

국물, 걸쭉하지 않고 시원한 맛
신안 천일염으로 간해 짠맛 덜해


국물이 시원하면서 둔탁하지 않았다. 이 집은 흔히 집에서 미역국을 만드는 방식대로 육수를 따로 내지 않는다. 손님상에 오르기 직전 대합과 미역으로 바로 끓여낸 국물이라는 설명이 이해가 갔다.

이 집 미역국은 신안 갯벌에서 생산된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짠맛을 최소화하고, 식성에 따라 천일염이나 들깻가루를 더 넣을 수 있게 배려한 점이 좋았다. 가자미 튀김, 잡채, 나물, 김치찜 등 반찬도 풍성했다. 반찬은 당일 먹을 양을 거의 매일 준비한다고.
가자미미역국.
조개미역국 1만 1000원, 가자미미역국 1만 2000원, 활전복조개미역국 1만 60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자정.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3로 51(우동). 051-747-5115.

광복동 제주가
오돌도돌 살짝 익은 성게가 미역과 함께 풍성하게 들어 있는 '제주가' 성게국. 국물 양은 많지 않아도 시원한 맛은 뛰어나다.
전복죽 전문점인 '제주가' 메뉴판에는 미역국이 없다. 옥돔구이 등 제주도 대표 음식과 함께 국 메뉴로 유일하게 올라 있는 것이 '성게국'이다. 작명으로 보자면 미역은 조연, 성게가 주연인 셈이다. 6월 전후가 제철인 제주도 성게는 미역국에 넣어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다 해서 '제주도 인심은 성게국에서 난다'는 말이 전해진다. 성게를 넣은 국수도 제주도에서는 유명하다.

제주가는 제철에 사들인 성게로 비빔밥도 만들지만, 그 외 시기에는 얼려둔 성게로 미역국을 만든다. 손님상에 나가기 전 마지막 끓이는 미역국에 살짝 데친 성게가 들어간다. 오래 끓이지 않아 탄력 있는 식감을 보여준다.

전복 우려낸 육수 맑고 시원
탄력 있는 성게 식감 미역과 조화


그래도 역시 성게는 식감보다 향이다. 죽에 들어가는 전복으로 우려낸 미역국 육수는 맑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바지락이나 홍합 같은 다른 조개류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 않다. 여기에 성게의 바다 내음이 더해지니 속을 풀어주는 시원한 육수 맛이 배가된다.

반찬은 김치, 멸치볶음, 김, 양파간장 등으로 단출하다. 국그릇도 크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집 성게국을 찾는 이유는 그 시원한 성게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 아닐까.

성게국 9000원.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9시. 부산 중구 광복로85번길 8(광복동). 051-246-6341.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미역국 인기 비결
미역국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선 미역이 우리 몸에 좋기 때문이다. 해조류 가운데 미역에 요오드가 가장 많다. 요오드는 성장 발육과 신진대사 조절 작용을 하는 갑상선호르몬의 주성분이다. 칼륨, 칼슘, 철분 등 영양 성분도 풍부하다. 열량이 낮지만, 포만감은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특히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체내 중금속, 콜레스테롤, 노폐물을 흡착한 뒤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대장 운동을 활성화해 숙변을 제거하고, 피하지방 축적을 막아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또 수산도시 부산의 기장미역은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시민들이 다양한 미역 요리를 자주 먹어봤다는 점은 미역국 인기의 또 다른 배경이다.

메뉴 특성도 있다. 특별한 재료 한두 가지를 넣고 정성 들여 끓인 미역국이 있으면 나머지 반찬은 과하지 않은 식단으로 구성해도 된다. 마치 집에서 편안하게 밥 먹는 느낌이 든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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