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 체험하고 맛 즐기고

입력 : 2017-07-05 19:14:28 수정 : 2017-07-05 22: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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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돈갈비의 주력 메뉴인 독일산 뼈돈 양념갈비.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 말고, 일상에서 영화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 약 20년 전 영화체험박물관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점이었다. 영화제 열기를 평소에도 느끼게 하자, '영화도시 부산'의 위상을 저변에서 강화하자, 이런 명분이 더해졌다. 곡절 끝에 영화체험박물관이 BIFF의 고향인 원도심에서 4일 문을 열었다. 가족 단위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다. 영화체험박물관 인근 맛집을 둘러봤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남포돈갈비

남포동과 광복동은 부산지역 중년 이상 세대의 아련한 '시내'였다. 원도심 부활과 함께 부흥하는 이 지역에 새로운 맛으로 승부를 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돼지갈비라는 익숙한 메뉴를 간판에 걸고 2015년 5월 문을 연 '남포돈갈비'도 그중 한 집이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갈비 원산지가 독일산이라는 점이다. 스페인 벨기에 칠레 등에 비해 독일산 돼지고기는 덜 알려졌다. 동생, 동생 친구와 함께 이 가게를 이끄는 백정임 공동대표는 "가게를 준비하면서 안 먹어본 게 없을 정도로 세계 각국 원산지 고기를 먹어 봤는데 독일산이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다.

살점·지방층 '촘촘' 독일산 돼지 써
고소한 육즙·매콤한 젓갈 환상 궁합
재료 준비·반찬에도 정성 가득


돼지를 가둬 키우는 경우 운동량이 적어 살점과 지방층 구분이 넓고 명확하다. 반면 방목한 돼지, 특히 독일산의 경우 살점 사이에 지방층이 촘촘하고 고르게 섞여 고기와 비계 맛 모두가 뛰어난 것 같다고 백 대표는 설명했다.
잘 익은 생갈비 맛은 멸치젓과 청양고추가 돋운다.
생갈비와 양념갈비를 차례로 먹었다.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멸치젓에 고기를 찍어 맛보니 고소한 육즙에 매콤한 젓갈 맛이 뒤섞이며 절묘하게 어울렸다.

생갈비는 고기 자체의 육즙에서 풍미가 느껴졌고, 겉으로 거의 양념이 묻어나지 않는 양념갈비에서는 양념과 고기, 젓갈 맛이 3중주를 이뤘다. 남포돈갈비는 양념장에 생갈비를 충분히 담가 살점 속에 양념이 스며들게 하고, 멸치젓에는 물을 타지 않는다.

백 대표는 양념갈비에 대한 잘못된 시선이 억울하다는 말도 했다. "보통 고깃집에서 양념갈비는 질 나쁜 고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저희 집에서는 사실이 아닙니다. 생갈비와 양념갈비는 똑같이 2~3일 숙성한 고기로 만들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을 돼지갈비 전문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저는 자신합니다."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은 음식점을 운영한 부모님으로부터 백 대표가 어릴 때부터 보고 들었다. 더 신선한 재료로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음식을 대접하려는 마음가짐은 상차림에도 드러난다.
살점 사이 사이에 지방층이 고루 분포한 뼈돈 생갈비
돼지기름을 분해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시마를 명이나 깻잎 대신 내놓고, 12가지 채소로 매일 된장찌개 국물을 내며, 비빔냉면 양념을 직접 만드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음식점에서 눈에 덜 띈다고 반제품을 사다 조리만 해 내놓는 일을 그는 꾸역꾸역해낸다.

고기도 맛있고 양도 풍성하지만, 작은 데에도 정성을 소홀히 하지 않은 밥맛을 볼 수 있어 더 좋은 고깃집이다.

독일산 뼈돈 생갈비(200g)·양념갈비(250g) 각 8900원, 국내산 생삼겹살 8500원, 비빔냉면·해물명품된장 각 5000원, 짜박된장 3000원. 영업시간 오후 4시~자정. 부산 중구 남포길 40-2(남포동2가). 051-253-1379.

어담
가자미, 조기, 삼치, 고등어가 나란히 담긴 모둠생선구이는 성인 3명이 부족하지 않게 먹을 정도의 양이다.
생선구이 식당은 자갈치시장에 하나의 거리를 형성했다. 영화체험박물관 바로 옆 용두산공원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솟는 무더운 여름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광복로 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보이는 '어담'은 그래서 반가운 생선구이 집이다.

중후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실내로 들어서면 생선구이 식당이라는 점을 잠시 잊게 된다. 냄새도 없고 왁자지껄하지도 않다.

자갈치시장서 구이용 생선 구입
과하지 않은 양념, 장어구이 맛 살려
얼큰한 장어탕, 여름 보양식 '으뜸'


7월로 문 연 지 꼭 1년을 맞은 어담은 생선구이와 장어구이가 주력 메뉴다. 별다른 홍보가 없었는데 벌써 입소문이 제법 났다.

우선 생선구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구이용 4개 어종을 포괄한다. 음식점 운영 10년 경력의 성애숙 대표에게 자갈치시장은 대형 냉장고다. 이 집 생선구이를 먹어 본 외지 관광객들이 맛의 비결을 물을 때마다 성 대표는 이렇게 대답한다. "생선구이에 별다른 비결이 있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자갈치에서 매일 신선한 생선을 사 오니까 맛있게 대접할 수 있는 거죠."

그릴에서 껍질 살이 노릇하게 익는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 한 번만 뒤집는 정도는 비결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자갈치에서 장을 보다가 좋은 먹거리가 있으면 즉석에서 반찬으로 '픽업'하기도 한다. 취재 당일에는 참게 볶음이 그 주인공이었다.
어담의 또 다른 주력 메뉴인 장어구이는 자극적이지 않고 적당히 밴 양념이 매력이다.
여름철 보신용으로 좋다는 장어구이를 먹어 보고는 그의 말이 겸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장과 고추장 양념을 각각 두른 장어구이는 양념이 과하지 않았다. 비밀은 조화에 있었다. 간장 양념을 예로 들면 장어 뼈를 구워 우린 물과 생강 등 갖은 재료가 들어간다. 간장의 도드라짐을 다스리고 부드럽게 스며들게 하려는 의도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에는 간단한 한 끼로 뜨끈하고 얼큰한 장어탕도 좋다. 땀을 흘려가며 뚝배기를 비우면 무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고등어구이 1만 원, 조기·삼치·가자미구이 각 1만 5000원, 모둠생선구이(조기 고등어 삼치 가자미) 4만 원, 장어구이 2만 원, 장어탕 1만 2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일요일 휴무.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26-1(대청동) 2층. 051-231-5842.

마니마니 일본가정식
마니마니 일본가정식의 여름과 겨울을 대표하는 메뉴. 왼쪽이 메밀소바 돈카츠정식 오른쪽이 요세나베정식이다. 이 가게 이름처럼 밥과 국, 반찬은 원하는 만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값비싼 일식 요리 대신 일본 가정식을 선보이는 체인점이 많이 생겼다. 어느 체인점을 가도 거의 맛이 균일하다. 같은 재료를 공급받아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옛 미화당 앞, 남포동의 중심지라 할 만한 곳에서 돈가스 뷔페를 하던 정혜진 대표가 일본 가정식으로 분야를 바꾼 것도 이런 체인점들이 유행하던 1년 전이다. 정 대표는 서면 길스시의 이길수 대표를 스승으로 모신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길스시에서 일식을 배웠다. '마니마니 일본가정식'이라는 가게 간판에 스승의 이름 가운데 글자인 '길(吉)'과 대표 자신의 성인 '정(鄭)'을 넣은 것도 그런 의미다.

정갈하고 든든한 일본 가정식
재료 직접 장 보고 손질해 조리
돈가스엔 국내산 흑돼지 등심


"일식 요리가 기본에 충실하고 좋은 음식이지만 가격대가 높아 약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요.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원도심에서 정갈하게 만든 일본 가정식을 든든하게 드시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가게를 차린 정 대표는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해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스승의 가르침대로 직접 한다. 밥과 국, 반찬이 부족하면 부담 없이 더 달라고 해도 된다.

요즘처럼 무더울 때는 메밀소바 돈카츠 정식이 인기다. 판메밀 국수와 돈가스, 밥 반 공기 정도가 한 상에 나온다. 직전 돈가스 뷔페를 할 때부터 국내산 흑돼지 등심 생고기를 사용해 손님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두툼한 살점은 씹을수록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났다. 메밀면을 맑은장국 소스에 담가 먹어 보니 시원한 소스가 담백하게 입에 감겼고, 면발은 탱탱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요세나베 정식을 찾는 손님이 많아진다. 쇠고기, 해물, 채소를 국물에 넣어 끓여 먹는 냄비 요리인데, 이를테면 '1인용 샤부샤부'다.

정 대표는 대학을 자퇴하고 길스시를 비롯한 음식점에서 밤낮으로 일하며 요리를 체득했다. 4년 전 가게를 차려 운영하며 다시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지금 야간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다. 스승이 수시로 가게를 찾아 부족한 점을 의논하고 개선하기에 오래가는 밥집이 될 것 같다며 그는 자신감을 보였다. 배우려는 의지가 그 밑바탕이라는 것을 지나온 삶이 말해줬다.

메밀소바 돈카츠 정식 1만 원, 요세나베 정식·복가라아게 정식 각 1만 2000원, 치킨난반 정식 1만 1000원, 사누키 우동 정식 7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부산 중구 광복로 54-1(창선동). 2층. 051-255-4970.

글·사진=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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