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기자의 술집 순례기] 10. 신드롬

입력 : 2017-11-01 19:19:05 수정 : 2017-11-02 09: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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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복합문화공간'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든다. 누군가가 그냥 그리워지는 가을. 정처 없이 거리를 걷던 중이었다. 똑똑. 조심스럽게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밑에서 올려다본다. 파란 눈에 하얀 털, 흔치 않은 외모다. "너 혹시 터키 고양이 '터키시반'이니?" 녀석은 야옹이라며 시크한 답을 건네고 앞장을 선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뛰어 내려가더니 손짓한다.

"신드롬(SYNDROME), 여기로 따라 들어오라는 거야?" 벽에 기대 포옹을 하던 커플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옆에는 존 레논이다. "모든 사람이 오늘을 위해 사는 것을 상상해봐요…." '이매진(Imagine)'의 그런 세상을 꿈꾸었다.

잠깐 숨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신드롬, 흑백에서 색계(色界)로 매트릭스처럼 공간 이동했다. 형형색색 조명 아래의 무대, 카지노 테이블, 미니 당구대, 다트 게임. 이상한 나라에 잘못 들어온 것일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오늘을 노는데 열중해있다. 이상한 곳이지만 맥주 한잔 정도는 괜찮겠지. 맥주 가격도 착한 편이다. 꿀가래떡이나 통닭 같은 촌스러운 안주에 마음이 놓인다.

메뉴판에는 한·영·중·일·러까지 5개 국어가, 한 잔에 4000원 하는 와인부터 한 병에 수십만원하는 고급 샴페인까지. 칵테일·보드카·테킬라·최고급 위스키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다양성의 세계로 이끌었다. 주객 구분 없이 음악에 흔들흔들 몸을 맡긴다.

이날 무대에서는 터키인 '오마르'가 이끄는 혼성 밴드 '오마르 블루스'가 힙합 무대를 선보였다. 파란 눈 오마르가 연주하는 윤수일의 아파트는 느낌이 묘했다. 금요일에는 3개 팀, 토요일에는 2개 팀이 공연을 한다.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에 신드롬스러운 이벤트를 만났다. 스마트폰으로 찍어간 내 사진을 라떼 아트하듯이 칵테일에 담아온 것이다. 3D 프린터로 사진을 커피, 칵테일, 맥주 위에 액상초코릿으로 프린팅한다. 칵테일 속 나를 마시며 '술의 신세계'에 빠져들었다.

방소윤 대표는 '회사'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우리 회사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신드롬을 20대부터 젊은 50대까지 부담없이 즐기는 복합문화공간, 굿플레이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신드롬은 주중에는 펍, 주말에는 바&클럽으로 변신한다. 여길 빌려 파티를 열면 근사하겠다.

수입맥주 7000원, 기네스 1만 원, 와인 1병 10만 원, 칵테일 7000원. 과일·찹스테이크·치킨 2만 원.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4시(주말 오전 6시). 연중 무휴.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22(중동) 지하 1층. 051-747-5061. nleader@


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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