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로·광안리 추억의 그 식당] 광복로 돌솥비빔밥 전문 '우정'

입력 : 2018-01-24 19:21:52 수정 : 2018-01-24 19: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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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추억을 쓱쓱 싹싹

이곳의 돌솥비빔밥은 기본 돌솥비빔밥 외에도 불고기, 삼겹살, 매운닭 돌솥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광복로와 광안리는 부산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찻집과 식당이 즐비하다. 고객들의 취향 변동이 심하고 빠른 까닭에 업종 변화도 급하다. 이런 지역에서 허름한 가게를 갖고도 10년 안팎의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영업을 해온 식당이 있으면 그들의 저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광복로의 돌솥비빔밥 전문점 '우정'과 광안리의 고기집 '꿀꿀뒷고기'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장수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맛과 정성, 그리고 여기에 곁들인 추억이다.

노년의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광복동, 남포동 거리를 걷고 있다. 기쁘거나 슬프고, 즐겁거나 우울했던 옛 기억들이 떠오르는 듯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다. 거리를 두리번하더니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킨다. 그들도 수십 년 전에는 연인으로 이곳을 함께 누비고 다녔을 것이다. 이제는 흘러간 세월을 아쉬워하면서 그들만의 옛추억을 소중히 모아 코트 호주머니에 차곡차곡 챙기는 듯하다.

싸고 맛 좋아 학생·직장인 주 고객
고추장 대신 김치볶음으로 양념한
삼겹살·매운닭 돌솥비빔밥 인기


광복동, 남포동은 '추억을 만드는 공장'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여기저기서 따뜻하고 포근한 추억의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오른다. 사람들이 내딛는 걸음 뒤에는 추억이 발자국으로 남는다. 이곳에는 추억의 식당이 여럿 있다. 30~40대는 그들대로, 50~60대는 또 그들대로 학생이거나 청년이었을 때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곳들이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중고교생일 때 자주 갔던 추억의 식당"이라는 글이 많이 소개된 음식점이 있다. '고등학교 때 자주 갔던 곳, 과거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맥주도 파네요'라거나 '옛추억을 떠올리며 들어간 식당, 한때 매일 가다시피 했는데…'라는 내용들이다. 광복로 패션거리 창선치안센터 길 건너편 건물 지하에 있는 돌솥비빔밥 전문점 '우정(대표 황분현)'이다. 

우정 황분현 대표가 음식을 하는 모습.
황 대표는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과 딸 둘 아들 하나를 키웠다. 그가 식당을 하게 된 것은 둘째 딸의 결혼이 계기였다. 딸과 사위는 서면에서 '우정'이라는 식당을 운영했다. 황 대표는 12년 전 그들로부터 남포동에서 가게를 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는 점포를 열었다.

우정은 처음에는 '서면 우정'과 똑같은 메뉴로 시작했지만, 차츰 독자적인 메뉴를 개발해 지금은 서면과는 매우 다른 유형의 식당이 됐다. 황 대표는 "본점과 같은 메뉴는 4~5개 정도다. 돌솥비빔밥 전문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우정의 돌솥비빔밥 중에는 독특한 종류가 많다. 기본 돌솥비빔밥 외에 불고기·삼겹살·매운닭·매콤낙지·새우 돌솥비빔밥이 있다. 여기에 김치국밥, 삼겹살·참치김치국밥, 김치해물우동, 어묵돌솥우동도 있다.
불고기·매콤낙지 돌솥비빔밥의 기본 재료는 미역, 무채, 호박채, 콩나물과 고추장이다. 여기에 불고기와 매콤낙지를 각각 얹었다. 삼겹살·매운닭 돌솥비빔밥은 최고 인기 메뉴다. 오이, 당근, 단무지를 넣고 고추장 대신 김치볶음으로 양념을 한 뒤 삼겹살과 매운닭을 더했다. 삼겹살은 푹 삶아 기름을 빼고 양념을 한 뒤 소금과 참기름을 넣는다.

김치국밥은 수 년 된 묵은지 대신 1주일 정도 숙성한 김치로 만든다. 특이한 모양의 밥피자는 밥을 바닥에 깔고 새우, 불고기, 피자를 토핑처럼 얹은 뒤 테두리에 고추장을 두른 음식이다. 우정에서는 가장 비싼(?) 메뉴여서 학생들보다는 주부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우정의 장점은 가격이다. 주요 고객은 중·고교생과 인근 직장인들이다. 물론 맛이 없다면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도 더러 온다고 한다. 옛추억을 느끼러 오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황 대표는 "부부 손님이 찾아온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함께 먹던 맛이 생각나서 왔다고 했다. '여전히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매일 와서 콩나물국밥만 먹던 젊은 여성 단골도 있었다. 지금은 직장을 옮겼는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정/중구 광복로 52. 051-245-1551. 돌솥비빔밥·김치국밥·어묵돌솥우동 5000원, 새우 돌솥비빔밥 5500원, 삼겹살·매운닭 돌솥비빔밥 6000원, 불고기·매콤낙지 돌솥비빔밥 7000원, 밥피자 1만2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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