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성동 '쁘렛'] '프라이빗 셰프'의 요리 마법

입력 : 2018-08-15 19:08:06 수정 : 2018-08-15 2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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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셰프라는 장점을 살린 주문요리의 핵심인 오리가슴살 스테이크.

부산 서구 토성동에 아주 이색적인 카페가 하나 생겼다. 겉만 보면 예쁘장하고 평범한 카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보통 카페가 아니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빵과 케이크 맛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 예약하면 유명 특급호텔 수준의 디너 코스 요리도 즐길 수 있다. 바로 카페 '쁘렛(대표 천성훈)'이다.

천 대표는 부경대학교 재학 시절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러 가려고 요리를 배웠다. 뜻밖에 재미를 느낀 그는 귀국한 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영국 최대 규모의 이벤트 케이터링 회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최고급 식자재만 사용하는 요리법은 물론 체계적인 주방 시스템, 분야별 관리요령, 고객 서비스 만족 향상 기법 등을 배웠다.

런던 최대 '출장 요리' 회사 근무
귀국 후 주문 요리·디저트 카페 내

예약하면 3가지 코스 요리 선보여
스페인식 문어 요리 풍미 '일품'
타르트·스콘 등 디저트도 수준급


2009년 말 귀국한 그는 백화점 양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하다 2012년 '프라이빗 셰프'라는 업체를 세웠다. 소규모 회식이나 행사에 케이터링을 하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개인 요리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5년 정도 일하던 그는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을 느껴 지난달 쁘렛을 열었다.

쁘렛에서는 기본적으로 커피를 판매한다. 여기에 케이크 10여 종류와 빵 10여 종류도 판다. 모두 유기농 밀가루, 유기농 설탕, 유정란을 사용해 만든다. 화학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냉동 식자재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조에 시간이 걸리고 소량만 생산한다. 

유기농 당근케이크.
고구마 페이스트리는 국내산 고구마로 만든다. 껍질을 깐 고구마를 우유에 삶는다. 물에 삶으면 고구마의 고소한 맛이 빠지기 때문이다. 100% 영국산 우유 버터를 사용해 반죽한 빵 사이 사이에 고구마를 넣어 구워낸다.

스콘은 매장에서 직접 제작한 클로티드크림을 이용한다. 클로티드크림은 휘핑크림을 중탕으로 다섯 시간 졸여 만든다.

천 대표는 "클로티드크림은 영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애프터눈 티와 함께 먹는 크림"이라고 설명했다.

쁘렛의 몽블랑은 마치 뒤집어 놓은 팽이 같다. 추수를 마치고 쌓아 놓은 짚단처럼 생긴 다른 제과점 제품과는 모양이 다르다. 
뺑오쇼콜라.
이스트 사용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이 쓰면 부풀어 올라 모양이 커진다. 몽블랑에서는 소량만 사용한다. 그래서 빵을 뜯어보면 다른 곳과는 달리 빵이 아주 오밀조밀하고 찰지다.

쁘렛에서는 세 종류의 타르트도 판매한다. 레몬 타르트, 에스프레소 타르트, 초콜릿 크림치즈 타르트다. 에스프레소 타르트는 가게에서 직접 내린 에스프레소를 사용한다. 그래서 진한 커피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아몬드 가루도 사용하고, 초콜릿과 슈크림으로 토핑해 고소하고 달콤하다.

쁘렛의 가장 이색적인 특징은 바로 '주문 요리'다. 프라이빗 셰프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요리다. 고객이 예약하면 오후 6~10시에 카페 안쪽 원형 테이블에서 세 가지 코스의 스테이크 요리를 대접한다. 코스는 문어 요리로 시작한다. 이어 스테이크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테이블에 오른다.
문어요리.
각 요리는 모두 특급호텔이나 고급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을 자랑한다. 문어 요리는 독창성이나 맛에서 모두 일류급이다. 대개 우리나라에서는 문어를 살짝 데쳐 숙회로 먹는다. 오래 삶으면 질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쁘렛의 문어 요리는 역발상에서 시작한다. 무려 1시간이나 삶는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살짝 데칠 때보다 더 부드러워진다. 스페인식 문어 요리법이라고 한다.
디저트.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린 문어를 맛보려고 나이프를 갖다 댔다. 마치 빵을 자르는 것처럼 칼이 쑥쑥 들어갔다. 자른 조각을 입에 넣었다. 걸리는 느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 같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문어 요리를 담은 접시에 노란색 소스가 눈에 띄었다. 파프리카를 구워 으깬 뒤 닭을 삶은 육수를 섞어서 만든 소스라고 했다. 아주 약한 채소 맛이 문어에 더해져 풍미를 올려주는 느낌이었다.

메인요리인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요리다. 오리 가슴살을 1시간 정도 저온 수비드 조리법으로 미리 요리한 뒤 손님에게 대접하기 직전에 프라이팬에 지져 내놓는다. 간은 소금과 후추를 약간만 쳐서 맞춘다. 스테이크는 약간 훈연한 느낌이었다. 고소한 맛도 느껴진다.

스테이크 접시에 감자가 올려져 있다. 포테이토 밀푀유다. 감자를 저며 여러 층으로 깐 뒤 버터와 동물성 크림, 우유, 치즈를 넣어 오븐에 1시간 동안 구워낸 음식이다. 모양과 색이 좋은 데다 식감도 매우 뛰어나다.

오리 가슴살 대신 소고기 등심이나 농어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있다. 농어는 국내산을 직접 구매해 요리한다. 살만 떼어내 스테이크로 구워낸다. 소스는 물냉이를 사용한다.

천 대표는 "이미 입소문이 난 덕에 디너 코스를 즐기고 간 손님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주문 요리를 더 다양화할 생각이다. 고객들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고급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쁘렛/부산 서구 보수대로 65-1. 051-257-9244. 에스프레소 타르트 3800원, 레몬 타르트 4800원, 초콜릿 크림치즈 타르트 4900원, 고구마 페이스트리·몽블랑 3900원, 스콘 3500원, 예약 주문 요리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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