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모두의 짬뽕] 40년 세월의 맛, 모두가 깔끔하게 ‘완뽕’

입력 : 2019-06-05 18:03:0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모두의 짬뽕’이라. 중국집 가게명이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 한글식이다. 전통 중식당은 하나같이 가게명에 한자가 들어가는데, 이 집의 간판은 좋게 말해 트렌디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가벼운 느낌도 있다.

면·채소·해산물 등 건더기 풍부

고추기름·푹 삶은 채소로 국물 만들어

나가사키 짬뽕 비슷하지만 더 개운한 맛

매콤한 소스 걸쭉한 울면 같은 ‘물짜장’

부드러운 탕수육 단맛·매운맛 선택 가능

10대 때부터 주방보조로… 40년 중식 외길

입소문 퍼지며 평일 점심도 80개 좌석 꽉 차

가게 분위기는 어떤가. 화사하고 깔끔하다. 요즘 말로 모던한 중식당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전통 중식당과는 상반된 느낌이다. 경남 양산을 넘어 부산 사람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가게라고 해 찾아갔는데, 가게 첫인상이 그동안 알던 중식당과는 달라 살짝 걱정된다.

기본 짬뽕(위 큰사진)이 나왔다. 일단 풍성한 느낌이다. 면도 많고, 채소와 해산물 등 건더기도 많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인데, 설마 양과 가격이 입소문의 이유는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짬뽕의 매운 정도는 조절이 가능한데, 속이 부대끼는 게 싫어 기본인 순한 맛을 주문했다. 국물은 그다지 붉지 않고, 기름기가 없어 보였다.

한 숟갈 국물을 떠먹으니, 단번에 느낌이 온다. 고소한 맛이 난다. 나가사키 짬뽕 비슷한 느낌이 나지만 푹 삶은 채소 물의 시원함이 훨씬 강렬하다. 일반 짬뽕 국물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운하다.

모두의 짬뽕 박주호 대표는 “고추기름과 채소로만 국물을 만드는데, 볶는 정도를 잘 조절해 맛을 낸다”며 “표고버섯을 많이 쓰기는 하는데, 40년 가까이 만들다 보니 특별한 첨가물 없이 맛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선짬뽕 삼선짬뽕

면발은 부드러웠는데, 사실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국물의 맛이 인상적인 데다, 풍성한 채소와 해산물의 맛을 음미한다고 면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삼선짬뽕은 해산물이 더 많고, 자연스레 국물의 시원함이 더 강했다.

이 가게는 적은 양의 공기밥도 주는데, 이것까지 국물에 말아 먹었다. 자연스레 국이 비워지게 되는데, 짬뽕 국물까지 비우는 속칭 ‘완뽕’ 손님이 꽤 있다. 자극적이거나 속이 부대끼는 짬뽕 국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모던한 가게 분위기만 보면 모두의 짬뽕은 젊은 식당 같지만, 맛은 긴 세월 숙성된 것이다. 1956년생인 박 대표는 “제대하고 중화요리 조리사 자격증을 딴 게 1981년이고, 중국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10대 후반부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70년대 중반 부산 동래구 작은 중국집 주방보조로 시작해, 줄곧 중식 요리를 해오고 있다. 자격증을 딴 뒤론 직접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40년 가까이 여러 시도를 해봤고, 짬뽕 맛은 10년 전부터 이 맛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양산에 정착한 뒤 짬뽕과 짜장면 중심으로 메뉴를 정리했다. 이때부터 단골 손님이 꽤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7년엔 양산 물금읍 물금역 인근에 ‘모두의 짬뽕’ 간판으로 첫 가게를 열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곧 흔히 말하는 줄 서서 먹는 집이 됐다. 지난해엔 양산 덕계동에 덕계점을 차렸고, 평일 점심에도 80개 좌석이 꽉 차는 가게가 됐다.

‘모두의 짬뽕’ 물짜장은 걸쭉한 사천짜장을 연상시킨다. 흔히 먹기 힘든 종류의 짜장면이다. ‘모두의 짬뽕’ 물짜장은 걸쭉한 사천짜장을 연상시킨다. 흔히 먹기 힘든 종류의 짜장면이다.

물론 짬뽕만 유명한 건 아니다. ‘물짜장’도 흔치 않은 음식이다 보니, 인기 메뉴다. 묽은 점성이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 줘 먹는 재미가 있다. 약간은 매콤한 소스인데, 역시나 건더기가 풍성하다. 양파 비율도 높아 자연스러운 단맛이 좋고, 중간중간 씹히는 부드러운 오징어도 맛깔스럽다. 박 대표는 “걸쭉한 울면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탕수육 탕수육

탕수육의 고기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고, 피는 두껍지 않고 찰진 느낌이 있다. 달콤한 맛과 매콤한 맛 두 종료가 있는 것도 특징인데, 매콤한 맛의 탕수육에는 새우튀김이 얹혀 나온다.

주방을 보니 일하는 직원이 꽤 많다. 지점마다 14명 씩 모두의 짬뽕은 직원 수만 28명이나 된다. 가게 규모를 볼 때 좀 과하다 싶을 정도다. 다른 가게보다 요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주문을 맞추려면 여러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고추기름 만들고, 채소를 볶을 때 길게 요리를 하는 편이다. 그래야 기름기도 걸러내고, 채소와 소스의 맛이 올라간다”며 “주문을 받고 요리가 시작하는데, 맛을 내려면 동시에 여러 명이 채소를 볶아야 주문을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짬뽕/양산시 물금읍 황산로 351(물금점·055-387-9995), 덕계동 439-11(덕계점·055-385-6400)/짬뽕 8000원, 삼선짬뽕 1만 원, 물짜장 8000원, 탕수육 달콤한 맛 소 1만 원, 중 1만 3000원, 대 1만 6000원 등.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