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식당 ‘클램’] ‘유럽의 키친’ 그대로 부산으로

입력 : 2019-10-09 1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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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서남쪽 끝, 지중해와 대서양을 맞닿은 스페인은 ‘유럽의 키친’이라고 불린다. 미식가들이 몰려드는 유럽의 주방이라는 거다. 최근 몇 년 새 스페인으로 떠난 여행객이 몇 배로 급증했는데, 역시나 ‘식도락’ 여행이 인기다. 스페인을 다녀온 이들은 스페인 음식 앓이로 일상 적응이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현지에서 연구해 온 레시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조리된 음식을 받아오는 게 아니라 모든 지점의 매장에서 직접 셰프들이 현지 방식으로 요리를 하고 있죠.”

2016년 광안리서 시작 대전까지 진출

현지식 그대로 요리 식사·안주 ‘입소문’

버섯·마늘 등 넣고 끓인 올리브오일에

통통한 새우 들어간 ‘감바스 알아히요’

머스터드·와인으로 맛 낸 은은한 소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이베리코 구이’

올리브 절임 등 스페인식 애피타이저

‘타파스’는 혼술족에게 최고의 안주

서울에는 스페인 식당이 꽤 많다고 하는데, 부산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클램’은 꽤 소문난 곳이다. 클램은 스페인어로 조개라는 뜻으로, 2016년부터 광안리 본점을 비롯해 해운대점 등이 생기더니 대전과 대구 등으로까지 진출했다. 스페인 요리로 한 끼 먹기도 또 술을 걸치기도 좋아 꽤 빨리 입소문이 난 편이다. 그러나 클램을 찾은 진짜 이유는 현지에서 스페인 요리를 맛본 이들의 추천 때문이다.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다.

클램 대연점은 경성대와 부경대 대학가에 있다. 비교적 저렴한 식당이 몰린 지역에서 클램은 눈에 잘 띈다. 클램의 마스코트인 짙은 녹색 외벽, 은은한 실내조명, 개방형 주방 등이 꽤 고급스럽다. 패밀리레스토랑 같기도 하고, 유럽식 펍 같기도 하다. 장은준 클램 대연점 대표는 “타파스 같은 스페인식 안주가 인기지만, 파스타 같은 식사류를 찾는 고객도 많다. 밥 먹으러 오는 이, 술과 분위기를 곁들이려고 오는 이 등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스페인 요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감바스 알 아히요’를 먼저 맛보기로 했다. 물론 맥주도 곁들였다. 이탈리아 맥주인 ‘페로니’는 옥수수 원료가 들어가 담백한 편으로, 오일이 많은 감바스와 궁합이 좋다고 추천받았다. 감바스는 스페인에서처럼 납작한 뚝배기 같은 그릇에 담겨 나왔다. 살이 오른 새우도 새우지만, 방울토마토나 마늘 등도 풍성한 편이다. 오일은 다른 감바스에 비슷해 색이 짙었다.

새우를 골라 먹고, 함께 나온 빵을 오일에 찍어 먹는다. 맥주를 마시면서 심심할 땐 살짝 오일과 건더기를 곁들여 먹어도 본다. 오일 색이 짙은 만큼 개운한 맛이 있다. 대신 오일 요리에서 느껴질 수 있는 텁텁함이 약하다. 그렇다고 맵거나 칼칼한 맛이 강한 것도 아니다. 육수를 우려낸 듯한 느낌이 오일에 있고, 이 오일이 새우에 베어 맛을 끌어올려 준다. 장 대표는 “그냥 오일을 끓이는 게 아니라, 버섯과 마늘 등 꽤 많은 재료로 우려내는데, 클램만의 레시피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음식 중 요즘 빼먹기 어려운 게 이베리코이다. 클램의 ‘이베리코 구이’는 스페인산 흑돼지로 만든 스테이크이다. 머스터드와 와인으로 빚어낸 소스는 감칠맛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와인 때문인지 자극적이기보다 은은한 맛을 낸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고기의 질감이다. 돼지 목살이지만, 이베리코답게 역시 부드럽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질감으로,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는 철판에 구워 먹는 이베리코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장 대표는 “숙성에서 차별화가 필요한데, 클램 매장엔 수비드 숙성 설비가 갖춰져 있어 고기의 질감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파스타와 샐러드로 식사를 즐기는 20대 여자 손님들이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느낌이 있어,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고객도 보인다. 반면에 시간이 지날수록 술과 안주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다. 특히 주방을 따라 늘어선 바에 앉아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홀로 즐기는 이들이 인상적이었다. 스페인 요리와 함께하는 혼술이라…. 왠지 운치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클램의 고객층은 다양한 것 같다.

혼술족에게 최적화된 메뉴가 ‘타파스’이다. 타파스는 스페인식 애피타이저로, 종류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아담하면서 예쁘다. 지중해의 애피타이저답게 대부분의 타파스가 올리브오일 등을 이용해 질감이 풍성한 편이다. 그러니 누가 봐도 타파스는 맥주 한두 잔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의외로 손님 중에 소주와 타파스 조합을 찾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소주와 지중해 음식의 조합도 꽤 흥미롭지만 일단 다음 기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10여 종류의 타파스가 있는데, 여러 맛을 보기 위해 모둠 타파스를 시켰다. 타파스마다 미각을 자극하는 맛의 포인트가 있다. 올리브 절임은 신선한 맛이 좋고, 스페인식 오믈렛은 맛이 풍성하면서도 허기를 채워 준다. 올리브 안에 고기를 채워 튀긴 올리브 튀김같이 평소에 먹어보기 힘든 음식에 맥주를 곁들이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스페인의 맛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클램/부산 남구 수영로334번길 18(대연점) 등/감바스 알 아히요 1만 6500원, 이베리코 구이 2만 5000원, 모둠 타파스 2만 7000원, 카르보나라 파스타 1만 5000원 등

글·사진=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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