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횟집] 부드럽고 고소한 너를 사랑회

입력 : 2019-11-20 18: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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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이 깔리는데, 웬만한 회 세트에 딸린 것들이 다 올라온다. 묵, 오이무침, 멸치볶음, 해초요리 등 15개가량의 밑반찬 중에서도 노릇하게 굽힌 가자미구이가 유난히 돋보인다. 살이 올라있는 것이 군침을 돌게 만든다. 굳이 회가 없이 이 정도 반찬만 가지고도 한 끼 식사는 충분할 것 같다.

잡내 없는 감성돔, 고소한 광어 등

자연산 회 풍성하게 담긴 ‘회 정식’

제철 맞은 ‘활아귀탕’ 속풀이 별미

“일광에서 장사 시작한 지 25년

맛없으면 외지인 자리 잡기 힘들죠”

곧이어 사각 접시에 회가 가득 담겨 나온다. 감성돔, 광어, 방어, 우럭이 두툼한 40개의 조각으로 열을 맞춰 깔려 있다. 커다란 사기그릇이 옆에 놓이는데, 얼큰한 매운탕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시내에서 ‘회 정식’을 먹으면, 회는 몇 조각되지 않고 밑반찬이나 매운탕도 부실한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도 회라는 것이 귀한 음식이라 그러려니 하며 먹기 마련이다. 그런 회 정식을 먹다가, 자연산 회가 풍성한 회 정식을 만나니 맛을 보기 전에도 이미 만족스러운 기분이다. 2인분 회 정식이 웬만한 소자 회 세트 같다고 말해도 그리 과장된 건 아닐 듯하다.

“25년 일광에서만 회 장사를 하고 있으니, 좋은 고기를 싸게 받아오는 요령이 잡혀 있습니다. 그게 기본적인 경쟁력이죠.”

부산 기장군 일광면 ‘고성횟집’은 회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가성비가 좋다고 인정하는 집이다. 2년 전만 해도 일광 바다에 인접해 있었는데, 지금은 내륙 쪽으로 조금 들어와 있다. 9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갖춘 고성횟집은 홀과 방이 꽤 널찍하다. 신축건물 특유의 깨끗함도 풍기는데, 정갈한 음식들이 더욱더 깔끔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는 단순히 가격 대비 양만을 비교한 게 아니다. 횟집 맛의 기본은 결국 좋은 고기를 내놓는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성횟집 김용환 대표는 “밑반찬 같은 재료는 매일 아내가 시장을 돌며 가져와 준비한다. 회는 항상 직접 챙기는데, 오늘도 일광부터 수영 민락까지 3시간 넘게 돌고 왔다”고 말했다.

회들은 자연산답게 담백한 맛과 탱탱한 질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4대 회 중 하나라는 감성돔은 비린내가 없으면서도 담백한 맛이 좋다. 광어는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하고, 우럭은 밀도 있는 질감의 쫄깃한 맛이 식감을 끌어올린다. 방어는 날이 추워지면서 맛이 올라왔는데, 12월이면 더 맛이 깊어진다고 하니 벌써 기대가 된다.

참고로 고성횟집의 회덮밥 메뉴는 밥 위에 회가 얹어져 나오지 않는다. 회가 별도 접시로 따로 나와 손님이 직접 밥에 비벼 먹는 형태다. 그래서 회의 상태를 눈으로 보고, 따로 회만 맛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회에 자신이 없으면 그런 식으로 내놓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어느새 회 정식의 공깃밥이 비워졌다. 회의 맛에 취해 밥은 잘 안 넘어갈 것 같지만, 개운한 매운탕과 정갈한 반찬 등이 있어 회를 집는 젓가락 못지않게 밥을 뜨는 숟가락도 바쁘게 움직였다. 김 대표는 “추가로 먹는 공깃밥은 공짜인데, 젊은 분들은 2~3공기를 먹는 이도 꽤 있다”고 말했다.

같은 가격 혹은 더 싼 가격에도 좋은 회를 더 풍성하게 내놓는 방법은 뭘까. 주인이 직접 주방을 지키니 별도 인건비가 없다는 것도, 점포 주인이다 보니 임대료가 없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거 좋은 생선을 잘 받아오는 거다. 김 대표는 “물론 이렇게 내놓아도 남는 게 있다”며 “경력이 쌓이면서 고기를 받아오는 루트와 인맥이 탄탄해졌는데, 어떨 때는 시중 양식보다 자연산이 더 저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마 이런 수완이 없었으면 고성횟집은 진작에 문을 닫았을 것이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김 대표는 경남 고성 출신으로, 25년 전 일광에 와 회센터에서 5년간 점포를 운영했다. 이어서 일광 바닷가에 횟집을 차렸는데, 입소문이 나 가게는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았다. 현재 위치로 가게를 옮긴 건 2017년이다. 어촌 특성상 외지인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깔끔한 분위기에서 좋은 회를 내놓으려 한 김 대표의 고군분투는 말하지 않아도 대강 짐작이 간다.

김 대표는 “일광에서 외지인이 차린 횟집 중에선 제일 오래된 곳이다. 횟집 전체를 통틀어도 일광에선 최고령층 횟집에 속한다”고 말했다. 고성횟집의 특징은 점심때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거다. 기장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도 많은데, 동해남부선 일광역 개통 뒤 어르신들도 가격 대비 풍성한 회를 즐길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고성횟집의 물회나 제철 요리 등도 인기가 높다. 지금은 활아귀가 제철 요리로 나온다. 활아귀탕은 시원하게 속이 풀리는 국물에 쫀득한 아귀살이 상당한 별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광은 원래 질 좋은 아귀가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그런 아귀에 25년 경력의 손맛이 곁들어지니 깊은 맛이 안 날 수 없다.

▶고성횟집/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9길 12(이천리)/자연산 모듬 5만 원부터, 일반 잡어 모듬 4만 5000원부터, 회 정식 1만 6000원, 회덮밥 1만 3000원, 물회 1만 3000원, 활아귀탕 1만 3000원, 활아귀 수육 2만 원부터 등.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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