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땅띵땅 뚜웅 띵땅 띵땅띵땅 뚜웅 띵땅….
비 듣는 소리가 그리 들린다. 가슴을 두드린다. 가슴 밑바닥에 무언가 가라 앉는다. 괜스레 우울해져볼까? 아니, 이런 때는 그냥 비에 젖어들어야 한다. 비로 마음을 적셔야 한다.
막걸리가 있다. "하루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행복하다"던 시인이 외쳤던바, 비 내려 스산한 날, "막걸리 한 잔으로 속을 지지면 기분은 몹시도 좋아질 터"이다. 지짐은 곧 적심이다. 기분 좋은 젖음! 문제는 '어디로 갈까'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막걸리 전문점? 번잡하다. 알코올을 들이켜러 가자는 게 아니다. 마음을 적시자는 게다. 주기(酒氣)는 눈동자 약간 풀어지고 입에서 슬슬 웃음 스며나오는, 딱 그만큼이면 충분하다. '막걸리'만이 아닌, 다른 무엇이 더 있어야 한다.
번철 위에서 자글자글 부쳐지는 빈대떡? 파전? 좋겠지. 그러나 역시 번잡하다. 비에 온전히 젖기에는 너무 평범하다. 막걸리 한 사발에 얹어 말을 섞고 호흡을 나누는, 그래서 사람 냄새가 더 좋다 느껴지는, 그런 곳이 필요하다.
비가 흩뿌리는 날 마시는 막걸리. 비에 젖는 것인지 막걸리에 젖는 것인지 모를 일이나, 흥은 높아지고 높아져서 겨워해야 할 정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