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밸런타인데이' 아직 준비 못하셨다고요…

입력 : 2014-02-13 07:51:23 수정 : 2014-02-13 14: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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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나만의 요리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볼 만한 레스토랑 '오케스트라'. 이곳 김병길 셰프는 음식만 만드는 게 아니라 직접 서빙도 하고 설명도 곁들여 준다. 사진 모델은 밸런타인 코스를 미리 맛보기 위해 함께한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PR 전공 양해상·한수진 씨. 정종회 기자 jjh@

특정 기념일을 겨냥한 판촉의 원조,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상술이니 뭐니 구시렁대면서도 남들 다 하는데 나만 가만 있을 수도 없고, 하자니 비용이니 아이디어가 적잖이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마음이라면 사실 그날이 오늘이 된들, 내일이 된들 상관없지만 그래도 2월 14일을 기념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준비했다. 이름하여 '달콤한 밸런타인!'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기로 한다.

마린시티 '오케스트라'

원하는 요리 뭐든 만들어 줘
음식은 먹는 사람과 교감이 중요
서빙까지 셰프가 직접 담당
밸런타인 코스 요리에 '감동'


"밸런타인데이도 다가오는데 부산의 청춘남녀들이 프러포즈 하기에 좋은 식당은 없을까?"

광안리바닷가 인근의 이탈리안 음식점 '라벨라치타'(051-711-0010)와 '벨라페스타'(051-756-3438), 수영강변의 '엘올리브'(051-752-7300)와 '엘올리브가든'(051-750-2200), 송정바닷가 인근의 스테이크·파스타 전문점 '테이블포'(TABLE4·070-7808-9679) 등 몇 곳의 이름도 떠올랐지만 그들은 이미 여러 번 기사화되었기에 새로운 곳을 찾았다. 그러다 만난 곳이 마린시티에 위치한 레스토랑 '오케스트라'.

하지만 식당을 찾아 가면서 학원이 즐비한 상가 4층이라는 위치가 참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셰프 실력에, 이 정도 맛이라면 진작에 알려졌어야 할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식당 위치가 걸림돌인 것만 같았다.

현재 '오케스트라'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병길(46) 셰프는 '20 오너 셰프 인 서울(Owner Chefs in SEOUL)-이들이 있어 서울이 맛있다!'에 선정되는 등 제법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정상 1인 식당을 접게 되었고, 잠시 쉬던 중 '오케스트라'와 인연이 닿아 지난해 5월부터 부산에 머물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특징은 손님이 요청하는 요리는 재료가 준비되는 대로 무엇이든 다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꼭 사전 전화예약을 통해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먹는 사람과의 교감은 더 중요하다는 게 김 셰프의 지론.

그래서일까, '오케스트라'에선 서빙도 김 셰프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그리고 그 음식을 먹을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 준다. 물론, 이런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쯤은 느낌으로도 알기에 적절히 조절도 한다.

김 셰프에게 밸런타인데이 스페셜 코스 요리를 미리 맛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대학생 홍보대사 2명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찾았다. 유러피안 스타일 코스가 시작됐다.

비트를 곁들인 그릴에 구운 가리비 오렌지 애피타이저.

비트를 곁들인 그릴에 구운 가리비 오렌지 요리가 애피타이저로 가장 먼저 나왔다. 루콜라를 채썰기 해 장식했다. 진보라빛 비트색이 퍼져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비트를 무려 2시간이나 삶았다는 설명을 듣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오렌지의 상큼함으로 대체했다고는 하나 드레싱을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식용 꽃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이날 음식과 함께 서빙된 하우스 와인은 '펠라시오 데 아리에타'. 가격 대비 퀄리티가 괜찮은 스페인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김 셰프의 또 다른 설명이 이어졌다.

"와인은 꼭 먹어서 맛이라기보다는 분위기를 잡아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코스 요리 때는 한 잔씩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대화를 이끌어주는 작은 도구라고 생각하세요."

이어진 요리는 단호박 수프. 단호박만 해도 국산이 수입품보다 단맛이 덜한 편이며, 부드럽고 감칠맛을 내기 위해 크림을 살짝 뿌렸다고 한다. 
메인 요리로 나온 부드러운 육즙의 한우 스테이크.

메인 요리로는 치즈 감자그라탱, 포트와인 소스와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살짝 재움)한 아스파라거스, 버섯구이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가 준비됐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 주기 위해 함께 먹을 수 있는 사이드 디시로 비네거 그레이프 드레싱을 끼얹은 루콜라 샐러드와 바게트 크루터가 나왔다. 아삭아삭한 아스파라거스와 부드러운 육즙의 한우 스테이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양해상 군이 소감을 말했다.

짧은 코스였지만 이제 이날 코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디저트 순서. 딸기 셔벗을 곁들인 '초콜릿 퐁당'과 슬라이스 딸기, 그리고 자색고구마 하트를 선보였다. '퐁당'은 프랑스어로 '녹는'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차가운 것(딸기 셔벗)과 뜨거운 것(초콜릿)이 입안에서 묘하게 어우러졌다. 자색고구마 하트는 이 음식이 밸런타인데이 스페셜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직접 만든 수제 케이크도 준비돼 둘만의 식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밸런타인데이 느낌을 살려 만든 수제 케이크.

식사를 마친 한수진 양이 덧붙였다. "디저트,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등 음식 맛도 좋았지만 그것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던 건,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만들어 준 정성이 느껴진 것이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식사였습니다. 만약 남자친구가 이런 자리를 준비했더라면 아마도 사람이 달라 보였을 것 같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3로 23(우동) 오렌지상가 4층 41호. 점심 세트 메뉴(오전 11시30분~오후 3시) 1만 3천~1만 5천 원. 디너 세트 메뉴 2만 5천~3만 9천 원. 베를린 코스(오후 5~9시)는 6만 원. 밸런타인데이 코스는 3만 5천 원. 단품 주문도 가능. 051-746-1556.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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