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과 합헌의 경계선상의 자위대
지난달 14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이제 곧 한 달이 된다. 49명이 사망하고 2만6천명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 현 지사의 요청을 받은 수 만명의 자위대원이 이재민 구조와 지원 활동을 해왔다. 이 시에 주둔하는 제8사단 소속 예비역 자위대인 `즉응예비자위관’ 약 300 명도 소집됐는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진재 이후 두 번째다.
자위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경찰예비대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에 창설됐다. 이어 1952년 8월 보안대로 개칭됐다가 1954년 7월 방위청(2009년 1월 방위성으로 승격) 개청과 함께 자위대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패전 후 일본을 점령했던 연합군이 주도해 만든 현행 일본 헌법 제9조가 군대의 보유를 금지하고 있어 자위대가 헌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헌법은 "자위를 위한 필요 최소한도의 실력" 보유마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자위대의 존재를 정당화해왔다. 소위 `헌법해석’에 의한 자위대 합헌론이다.
자위대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헌법 제9조를 지지하면서도 자위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 왔다. 여기에는 이번 구마모토·오이타 강진처럼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시 구호활동에 자위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 국민의 90% 이상이 자위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자위대의 존재 목적에 대해서도 재해 시의 구원활동이나 긴급 환자 수송 등 재해파견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80%를 넘었다.
반면, 자위대의 방위력 증강에 긍정적인 대답은 약간 증가하고 있지만 30%에 미치지 못하며, `현행 유지’와 `축소’가 각각 59.2%와 4.6%였다.
■일본 국민, 아베 총리 하의 헌법 개정 원치 않아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3월 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재임 중의 헌법 개정에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 1955년 11월 보수진영의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여 결성된 자유민주당(자민당)은 개헌을 당시(黨是)로 내걸어왔다.
2005년 창당 50년을 맞이한 자민당은 제9조를 개정해 자위군을 창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2012년에 발표된 두 번째 헌법 개정안에는 상징적 존재인 천황을 일본의 국가원수로 격상시키고, 국방군의 보유를 명문화하고 당시까지 부정해왔던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등 보수적 색채가 더욱 강화되었다.
또한 헌법 개정안의 발의 요건을 중의원과 참의원의 재적의원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위대 창설 60주년의 해였던 2014년 7월 1일 일본 정부는 기존 헌법해석을 변경해 헌법이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결정을 했다. 2015년 4월 미일 양국은 새로운 안보환경에 맞게 양국의 역할과 임무를 새롭게 하는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지침’(가이드라인)을 재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작년 여름 국회를 통과한 `평화안전법제’가 3월말부터 시행돼 자위대의 활동범위도 확대되었다. 나아가 야당의원의 서면질의(質問主意書)에 대해 "헌법 9조는 일체의 핵무기 보유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변서까지 4월 1일 각의에서 결정됐다.
■일본 내각, 패전의 교훈 담은 일본헌법 무시
지난 3일 헌법기념일을 앞두고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헌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작년 48%에서 55%로 늘어난 반면, `바꿀 필요가 있다’는 43%에서 37%로 오히려 줄었다.
또한 일본 국민의 80% 이상은 헌법 개정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아베 정권 하에서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은 58%로 찬성(25%)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 정치가와 국민은 전쟁은 물론 단 한 번도 무력행사를 하지 않았던 전후 일본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 일본의 출발점은 현행 헌법이다. 특정 내각에 의한 헌법해석의 변경은 최고법규인 헌법의 존중과 옹호 의무를 규정한 헌법을 무시하는 행위다. 일본 국민들은 헌법과 주권자의 뜻을 무시하는 총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조진구(도쿄대학 법학박사, 국제정치 전공,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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