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셔틀외교 복원, 일 상응조치 확대해 나가야

입력 : 2023-03-17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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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규제 해제·WTO 제소 취하
강제 징용, 한국민 설득 방안 찾아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12년여 만에 한·일 셔틀외교가 재개됐다. 국제 다자회의에서 한·일 양국 정상의 정식 회담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경색됐던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약속하고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 해제·WTO 제소 취하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강제 징용 문제 해법 도출과 함께 경제안보협의체를 새로 출범시켜 한·일 미래 협력을 위한 구체적 내용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인 한·일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들의 부정적인 반응과 ‘굴욕 외교’라는 야당의 극렬한 반대,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면서 한·일 정상회담에 나섰다. 한국 정부가 징용공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기로 하는 결단에 대해 일본 정부가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혀 양국 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기시다 총리는 강제 징용 피해자와 한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와 한·미·일 공조 등 긴밀한 군사 협력을 약속한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16일 윤 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 동해상으로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무력시위에 나서는 등 한반도 주변 안보 지형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심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패권화에 맞서 한·미·일 군사 협력 삼각공조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12년간 막혀 있던 양국 관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이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 기시다 총리는 모든 매듭을 속도감 있게 풀고 화답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이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질 기회를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용서와 화해의 손을 잡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혹시나, 보수우익들의 100년 전 제국주의 세계관에 또다시 휘둘리면 일본은 국가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기반과 정당성 모두를 잃게 된다. 한국과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하고, 중국과 북한의 외교·군사적 공세에 명분마저 주게 된다. 양국의 번영과 국제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큰 걸음을 내딛는 일본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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