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이하 상수도본부)가 수돗물 소독 설비 계약과 관련해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업체는 상수도본부 간부 공무원 출신이 이사로 재직 중인 곳이어서 유착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 업체 대표도 부산의 물 산업 관련 단체 회장을 맡고 있어, 부산의 물 관련 현안에 조직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8일 〈부산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상하수도 설비 회사인 A 업체는 2019년 연말께 부산상수도사업본부가 발주한 ‘명장정수장 차염소독설비 설치공사’ 사업을 따냈다. 차염소독설비는 소금을 전기 분해해 발생하는 차아염소나트륨으로 수돗물을 살균·소독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 예산은 약 26억 원이다. 당시 계약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상수도본부는 A 업체가 대체 불가능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의계약 조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상수도본부는 수의계약 근거로도 3개 특허를 제시했다.
하지만 계약의 근거가 된 3건의 특허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건 중 1건은 기술제안서 평가일이 지난 이후에 등록된 특허였다. 제안서 평가 당시에는 출원만 된 상태였던 것이다. 나머지 2건은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었는데, 이중 1건은 2020년 6월 결국 무효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1건은 특허가 정정됐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근거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A 업체는 이와 관련한 불이익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착 의혹이 제기된 건 A 업체에 상수도본부 출신 공무원 B 씨가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2019년 상반기 4급(서기관)으로 명예퇴직한 지 보름 만에 A 업체의 사내 이사에 등기됐다. A 업체가 사업을 따낸 것은 같은 해 연말이다. 게다가 이 사업은 B 씨가 퇴직 전 속한 부서에서 발주한 사업이다. 이에 대해 B 씨는 “A 업체가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기업에 해당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 A 업체 대표와 ‘절친’이라 퇴직 후 그 회사로 간 것이고, 업체 기술이 뛰어나 선정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A 업체가 조직적으로 부산의 물 관련 현안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업체 대표 이사는 2021년 10월 설립된 부산의 물 산업 관련 사단법인 대표도 맡고 있다. 이 법인은 A 업체와 같은 사무실을 쓴다. 이 법인 이사에는 전직 시의원과 현직 연구기관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법인은 물 관련 포럼이나 워크숍 등을 주최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사업의 심의위원으로 들어가는 전문가군 대부분이 이 법인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자연스레 A 업체와도 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A 업체는 최근 상수도사업본부가 발주한 화명계통(물금취수장·화명정수장) 현장발생형 차염소독설비 설치공사에도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사업은 두 곳의 현장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 총 사업비는 1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의 실적평가 기준이 A 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대당 용량’을 기준으로 실적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공고는 총 생산량을 기준으로 잡았다. 이 기준대로라면 특정 업체만 실적 점수를 가져가는 구조” 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계약 건은 물론 현 사업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이후 특허가 무효된 부분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실적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발주처의 재량”이라고 전했다.
또 이에 대해 A 업체 측은 “명장정수장 사업 계약 건은 전원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물품선정위원회를 통해 최고 점수를 획득한 제안사를 선정한 후 진행됐다. 미등록 특허는 계약일인 2020년 6월 이전 등록이 완료돼 특허로 반영했으며, 무효 판결 받은 특허는 계약 이후에 무효 판결이 확정됐다. 정정된 특허는 계약을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부산물산업협회와 관련해서는 “2021년 설립돼 명장정수장 선정 당시 협회 가입된 심사위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