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수에서 유의미한 방사성 핵종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보고서를 내놓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IAEA 보고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IAEA가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오염수 해양 방류에 힘을 실었다면 원안위는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안위 임승철 사무처장은 1일 IAEA 중간보고서 관련 브리핑을 열어 “2, 3차 시료가 남아 있어 최종 확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오염수 시료의 추가 검증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IAEA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전력이 오염수 샘플에서 방사성 핵종을 측정·분석한 방법은 적절하다’고 평가한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높은 기술 수준을 보였으며 시료 수집 절차도 적절한 방법론을 따랐고, 교차검증에 참여한 기관에서도 삼중수소 외 추가적 방사성 핵종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았다. 교차검증에는 원안위 산하기관인 KINS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스위스 기관이 참여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이번 교차검증에 쓰인 시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된 오염수가 담긴 K4탱크 중 B탱크군에서 채취됐다. 원안위는 시료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14일간 균질화 과정을 거쳐 IAEA 직원 입회하에 채취한 후 각 실험실로 보내 분석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실험실마다 값과 측정한 핵종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점에 대해서는 국가별 분석 방법이 다르고, 평상시 관심 있는 대상에 따라 측정할 수 있는 핵종에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이번 보고서가 ‘ALPS 성능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임 사무처장은 “ALPS를 거치고 간 시료가 핵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를 본 것”이라며 ALPS 성능은 정부 시찰단이 가져온 자료 등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INS 김대지 환경방사능평가실장은 도쿄전력의 측정과 기술 역량이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보고서 설명에 대해 “방사능 분석 역량이 다른 기관과 비슷한 값을 낼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2, 3차 시료의 추가 교차검증도 IAEA가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는 오는 7월 이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2, 3차 시료는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섞는 작업 없이 보관하는 G4S 탱크에서 채취한 것으로서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채취됐다. 다만 2, 3차 시료 검증 과정은 IAEA를 제외하면 KINS만 3자 기관으로 참여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안위 관계자는 “IAEA는 같은 실험실이 계속 참여하기보다 다른 실험실이 참여하는 걸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2, 3차 시료 검증 결과가 7월 이후 나오는 만큼 이달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IAEA 최종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실릴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IAEA가 최종 보고서 발표 시점을 조금 늦춰 내달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AEA와 별도로 일본을 방문했던 정부 시찰단의 보고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올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