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세계사 된 가야사

입력 : 2023-09-19 0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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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17일 등재 결정, 국가적 경사
탈락한 복천동고분군 꼭 추가 포함돼야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고분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사진)과 함안 말이산고분군 등 가야고분군이 등재되면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16건으로 늘었다. 정종회 기자 jjh@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고분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사진)과 함안 말이산고분군 등 가야고분군이 등재되면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16건으로 늘었다. 정종회 기자 jjh@

'잃어버린 왕국’, ‘잊힌 역사’로 불렸던 한반도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유적인 가야고분군이 드디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를 결정했다. 가야사 발굴 40년 만이자,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 지 10년 만의 결실이다. 지역 언론·역사문화계의 선도적인 노력과 정부의 뒷받침이 합쳐져 일군 결과물로 국가적인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로 가야사는 이제 ‘세계 역사’가 됐다.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가야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일이 남은 과제다.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가야고분군은 모두 7개다. 세부적으론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했다. 여기다 이번 등재로 통일신라와 백제, 고구려에 가려 빠져 있던 한반도 고대사 중 ‘제4의 제국’ 가야사의 마지막 얼개가 채워졌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 고대사를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지점이다.

우리 고대사는 물론 한일 관계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함의가 있는 가야사였음에도 이에 대한 관심은 국가보다 오히려 지역에서 먼저 촉발됐다. 특히 가야사 인식이 일천하던 2004년부터 2년여간 〈부산일보〉에 연재된 고 최인호 작가의 〈제4의 제국〉은 대중적 관심을 일깨운 좋은 계기가 됐다. 이어 2017년 〈부산일보〉의 인도 현지 취재 기획물인 ‘잊힌 왕국 가야를 깨운다’는 가야의 숨겨진 면모를 드러내면서 이전 정부의 가야사 복원 사업에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했다. 또 지역 역사문화계의 유적 발굴과 연구도 큰 역할을 했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지역의 역량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세계유산 등재의 효과를 이어 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은 현 정부 들어 크게 저하된 가야사 관련 사업의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 지금은 국정과제에도 빠져 있는데, 정부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지원 체계를 새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가야고분군의 대명사이면서도 등재 목록에서 탈락한 부산 복천동고분군의 추가 포함 문제도 꼭 해결돼야 한다. 부산의 역사적 뿌리에 관한 일인 만큼 부산시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문화재청과 꾸준한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또다시 아파트 재개발 바람에 휩쓸려 세계유산을 보유할 수 있는 문화의 도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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