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나흘간 설 연휴다. 흩어져 있던 가족, 친지, 지인들이 모처럼 한데 모이는 명절이라 이때 형성되는 민심은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한 밑바닥 여론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더구나 제22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인들이 민심의 향방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현재 각 정당에서 공천 작업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는 설 연휴 이후 경선을 거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총선 출마 예정자들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사실상 사활을 건 ‘총선 전쟁’에 돌입한다고 봐야 한다.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예비후보자들이 이날 새벽부터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귀성 인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역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올해 총선에서도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격렬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야권이 현 정권을 ‘검찰 독재정권’으로 규정한 만큼 현 정부와 여권에 대한 평가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은 ‘운동권 퇴진론’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향후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KBS 신년 특별대담에서 직접 해명에 나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민심을 가를 핵심 이슈다. 이 밖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위성정당 문제, 제3지대 신당들의 ‘빅텐트’ 성사 여부 등도 이번 총선 결과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의 유권자로선 균형발전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과 정책을 눈여겨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된다”며 촉발시킨 ‘서울 메가시티’ 논란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관련 특위를 구성하는 등 당 차원에서 ‘서울 메가시티’를 밀어붙일 태세인데, 수도권 표심 때문에 지방을 고사시킨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오십보백보다. e스포츠 박물관 건립 등 부산 발전 공약을 최근 발표했으나 ‘속빈 강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산업은행 이전 같은 부산 현안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총선에서의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적게는 20%, 많게는 30% 넘게 나온다. 총선이 임박했는데도 상당수 국민이 현 정치권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셈이다. 설 연휴 민심을 살피는 여야는 이러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잘못을 스스로 먼저 따져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공허한 약속을 남발하기보다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공약으로 제시하고, 또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을 가려 공천해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파고드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