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 4명 중 3명은 현재 소득수준으로 생활하기가 버겁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가 빠듯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청년이 노년층보다 높았다.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인식이 청년 사이에 고착화하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세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산시민의 소득양극화와 경제정책 과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 시민의 57.2%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20대와 60대 이상의 경우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3~4월 부산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의 연 평균 가구소득은 4050만 원이었으나. 가구 간 가구원 수 차이를 감안해 산출한 균등화 가구소득(가구소득을 가구원수의 제곱근으로 나눠 조정)은 연 평균 2700만 원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31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3100만 원), 30대(3070만 원), 18~29세(2840만 원), 60~64세(2430만 원), 65세 이상(1800만 원) 순이었다.
특히 청년층은 노년층보다 소득이 40%가량 높은 데도 소비 지출 등을 감안한 전반적인 생계에 대해 훨씬 빠듯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대비 소득수준이 적정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60~64세가 43.4%인 반면, 30대는 26.5%에 그쳤고, 18~29세는 22.1%에 불과했다. 부산 청년 4명 중 3명은 현재의 벌이 수준으로는 생활하기가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년층의 경우 적은 소득에도 소비 역시 적어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반면, 청년층의 경우 결혼, 육아, 내집 마련 등에서 지출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과 예금, 주식 등 자산 규모가 노년층에 비해 적은 것도 청년층의 이 같은 인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산지역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억 9940만 원인데, 50대가 5억 76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0~64세(4억 6200만 원)와 65세 이상(4억 4130만 원)도 평균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했다. 반면 30대는 2억 8200만 원, 18~29세는 6200만 원에 불과했다.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 역시 50대는 17%인 반면, 30대는 22.4%고, 18~29세는 44.1%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저소득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중산층의 경우 24.5%가 고소득층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 반면, 저소득층은 불과 3.3%만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부산 시민이 생활에 불만을 느끼는 요인으로는 낮은 소득, 높은 내 집 마련 비용, 부족한 노후 준비, 건강 문제, 높은 사교육비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20~40대는 높은 집값, 50~64세는 노후 준비, 65세 이상은 건강을 꼽았다.
부산연구원 관계자는 “부산 시민들은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좋은 기업의 부산 유치, 저소득·중산층의 생애 첫 주택 구입 이자 지원, 부모급여 대상 확대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청년들의 경우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 선호도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으며, 금융소득 과세를 투자를 어렵게 하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