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각각 가수 윤종신과 개그맨 장동민이 앓는다고 고백한 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염증성 장 질환으로, 완치가 어려운 난치 질환에 속한다. 염증성 장 질환 클리닉을 운영하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이홍섭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젊은 나이에 복통, 설사, 혈변이 반복된다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증상과 원인
염증성 장 질환은 과거에는 서구에서 주로 발생해 ‘선진국형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의 ‘2020 염증성 장 질환 팩트시트’를 보면 2010년부터 10년 동안 환자 수와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은 크론병(7770명→1만 8463명, 15.1명→36.9명)과 궤양성 대장염(1만 6136명→3만 7439명, 31.4명→65.7명)에서 모두 배 이상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젊은 층이 두드러진다. 2019년 한 해 동안 새로 진단을 받은 발생 환자 수는 크론병의 경우 20대(29.9%)와 10대(26.3%)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궤양성 대장염 또한 20대(21.4%), 30대(19.9%) 순으로 나타났다.
만성 염증이 대장에 생기면 궤양성 대장염, 식도부터 위, 소장, 대장과 항문까지 위장관 어느 부위든 나타날 수 있다면 크론병이다.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흔하고, 발생 범위와 중증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장이 구조적으로 손상돼 장 폐쇄, 천공, 대장암 등 각종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부산백병원 이홍섭 교수는 “유전적 인자에 여러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산업화에 따른 환경 변화가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육류 섭취 증가, 채소 섭취 감소, 인공 감미료와 패스트푸드, 감염병 감소, 대기 오염과 흡연 등이다. 특히 서구화된 식이와 비만 등이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켜 장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진단과 치료
염증성 장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임상 증상, 내시경과 조직병리, 혈액 검사, 영상의학 검사 등을 종합해 다른 병의 가능성을 지워나가는 감별 진단 과정이 필요하다. 초기 증상이 급성 감염성 장염, 장 결핵, 과민성 장 증후군 등 다른 장 질환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진단에 1년 이상 걸릴 만큼 감별 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다. 혈액 검사로는 염증 수치를 본다. 대변 검사인 ‘분변 칼프로텍틴’은 증상이 비슷한 과민성 장 증후군과 감별하는 진단과 모니터링에 모두 쓰인다. 복부 CT(전산화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등은 소장 검사에 활용하고, 동전보다 작은 내시경을 삼켜서 검사하는 캡슐내시경도 초기 소장 크론병을 진단한다. 기구 보조 소장내시경은 조직 검사와 협착 치료 등을 할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 목적은 완치보다 증상 조절과 합병증 예방, 삶의 질 향상이다. 일반적으로 아미노살리실레이트,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 약물 치료를 시행하고,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생물학적 제제란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이나 생물체를 이용해 생성시킨 물질을 함유한 의약품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 치료제다. 증상을 완화하고 손상된 장 점막을 회복시키지만, 분자량이 큰 단백질 제제라 피하 주사제나 정맥 주사를 통해 투약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생물학적 제제의 투약 비율은 크론병의 경우 높다. 부산백병원 염증성 장 질환 클리닉의 환자들도 30% 정도로 높은 편이다.
부산백병원 이홍섭 교수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다 보니 진단을 받으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잘 치료를 받고 관리하면 다른 만성 질환인 고혈압, 당뇨 환자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경구 약제를 비롯한 여러 신약과 줄기세포 치료, 점막 방어 물질, 대변 세균총 이식술 등 새로운 치료법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장기간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큼 의료진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본인의 병을 잘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치료를 이어 갈 수 있도록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