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한반도 위기설과 남북한의 새로운 공존 모색

입력 : 2024-02-12 17: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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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현재 상황 6·25 전쟁 직전 비유

한반도에 ‘두 개 국가’ 선언
북한 대남 정책 변화 주목해야

확대되어 온 남북한 대립과 불신
국민은 긴장 완화와 대화·협상 희망

연초부터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 이른바 ‘한반도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소련 해체를 기점으로 하는 냉전 체제 붕괴 이후 1990년대 초반의 1차, 2000년대 초반의 2차, 그리고 2010년대 말의 3차에 이어 4번째로 제기된 한반도 위기설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3회의 한반도 위기설은 모두 북핵 문제, 즉 핵무기를 개발하고 고도화를 추구하는 북한과 이를 제어하고자 하는 미국 간의 창과 방패의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미국과 북한의 양자 또는 다자 협상을 견인했다. 물론 최종 목표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협상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반도는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4차 한반도 위기설의 발생 과정은 과거와 다르다. 지난 1월 중순 미국의 유명한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과 지그프리드 해커가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공동 기고를 통해 “김정은이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며 현재 상황을 6·25 전쟁 직전에 비유한 것이 시발이다. 그러자 미국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고, 미 백악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표명했다. 이러한 미국 내의 움직임을 한국의 언론들이 국내에 전달하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확대된 것이다. 다시 말해 2017년 9월의 6차 핵실험 이후 무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유보하고 있고, 또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을 실시하면서 북미 간 직접 대립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북한 연구자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외의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하고 중국과 활발한 무역을 하는 상황에서 체제 전멸을 초래할 선제공격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한반도의 향방과 관련해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기존 통일론의 실패를 인정하며 남조선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 국가로 규정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먼저 무력 사용을 한다는 조건부로 ‘대한민국 초토화’도 언급했다. 북한이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올 1월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에서는 남북한 당국의 첫 문서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명기된 조국 통일 3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삭제를 강조하고, 대남 사업을 담당해 온 통일전선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그리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폐기를 지시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지상 과제로 내세워 온 적화통일을 목표로 한 한반도 통일론의 환상을 김정은이 인정하고, 한국과 ‘갈라서기’ 즉 두 개의 국가를 선언한 것이다.

한편 한국은 2022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다시금 ‘적’으로 규정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오래전부터 통일부를 없애고 외교부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확장 억지의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즉시·강하게·끝까지 응징하고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물론 북한의 선제공격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국민들의 북한과 통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해 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07년부터 실시해 온 통일 의식 조사는 북한을 동일 민족보다는 다른 민족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또 통일보다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지지하는 국민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 국민도 북한과 서서히 ‘갈라서기’를 해 온 것이다.

분단 이후 끊임없이 민족 통일을 내세워 왔으나 남북한은 민족과 언어가 같다는 점만 제외하고, 이념과 체제가 상반되는 두 국가를 형성·강화해 왔다. 확대되어 온 대립과 불신은 한반도 위기설을 주기적으로 발생시켰다. 드디어 열세에 처한 북한의 김정은이 자위적 수단으로 핵 능력은 강화하지만, 자신들에게 이득보다는 손해를 가져오는 통일을 포기하고 내부 응집력을 키우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은 통일보다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지지하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와 함께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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