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의 미래는 유튜브?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입력 : 2024-05-15 18:14:02 수정 : 2024-05-15 22: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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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왼쪽)와 방송인 침착맨(본명 이병건)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영석 PD(왼쪽)와 방송인 침착맨(본명 이병건)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의 화젯거리 중 하나는 나영석 PD의 수상이었다. 수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스타 PD로 이미 9년 전에도 그는 같은 시상식에서 'TV 부문' 전체를 아우르는 대상까지 거머쥔 바 있다. 그런데 이날 나 PD가 호명된 자격은 과거 '코미디연기상'으로 신설된 뒤 40년을 이어온 '예능상' 남자 수상자였다. 백상예술대상 사무국은 "예능 연출자를 넘어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 진행자로 뛰어난 활약을 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나 PD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tvN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주로 공개하던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게 된 나 PD의 행보가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실제로 그가 고정 진행자 역할을 맡은 <나불나불>, <와글와글> 등의 시리즈와 라이브 방송에서는 이전에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며 인연을 맺어온 여러 출연자와의 편안한 '티키타카' 대화를 통해 기존 토크쇼에서 들을 수 없던 진솔한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또 '나영석 사단'이라 불리는 '에그이즈커밍' 소속 후배 PD·작가들에게 전반적인 연출의 주도권을 맡긴 나 PD가 'X세대 상사'로서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는 <소통의 신> 에피소드들은 마치 사내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줄 정도다. 하지만 나 PD가 후보로 지명됐을 때만 해도 방송사와 유튜브 모두를 넘나드는 전문 예능인들을 제치고 수상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은 컸다.

동시에 후보에 오른 유재석은 '뜬뜬' 채널의 <핑계고>로 회차에 따라서는 최대 2시간이 넘는 분량에도 조회수 9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유튜브 생태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탁재훈 역시 <노빠꾸탁재훈>에서 보여준 화려한 입담 덕분에 과거 'KBS 연예대상' 때의 전성기를 되찾았다는 평을 받았다. 여기에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로 지난해 'MBC 연예대상'까지 받은 '기안84'도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인생84'라는 자신만의 채널을 운영 중이다. 또 나 PD가 평소 스승이라 지칭할 정도로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고 밝힌 구독자 240만 명의 '침착맨'까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시상식 당일 나 PD는 농담처럼 여겼던 자신의 수상이 현실이 되자 "제가 받을 일이 없는 분야의 수상 후보로 지목된 것만 해도 이상하긴 하지만 재밌어서 시상식에 나왔는데 상까지 주시니까 소감도 미처 생각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연출을 불성실하게 했는데, 구독자와 함께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 것 때문에 상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마침 이날 '예능상' 여자 수상자가 된 홍진경도 구독자 150만 명의 '찐천재 공부왕 홍진경' 채널을 운영 중이고, 같이 후보에 올랐던 장도연 역시 구독자 90만 명의 '테오(TEO)' 채널에서 웹예능 <살롱드립>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백상'이 주목한 예능의 미래가 어느 쪽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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