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자체들이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려고 매년 반딧불이 축제를 열지만 정작 축제 주인공인 반딧불이 보호는 외면하고 있다.
남구청은 다음 달 10일 대연동 평화공원과 이기대 큰고개쉼터 등지에서 ‘제20회 남구 반딧불이 축제’를 연다. 축제 예산은 8000만 원이며, 5000여 명이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남구 반딧불이 축제는 남구의 깨끗한 자연환경을 알리려고 시작됐다. 남구청은 홈페이지에 반딧불이 축제를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중립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친환경 축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구청은 반딧불이 보호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반딧불이 보호나 관리 예산은 전무하고 별도 관리부서도 없다. 이기대 서식 반딧불이 개체 수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청 관계자는 “축제 직전 이기대 큰고개쉼터 주변을 청소하고 있으며 반딧불이 보호 활동이나 예산 편성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8~11일 기장군 장안사 일원에서 ‘반딧불이 생태체험 학습 행사’를 여는 기장군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행사에는 예산 3600만 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군청 측은 반딧불이 보호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다만 장안사 일원 반딧불이 개체 수를 조사하거나 산란기에 맞춰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 소등 조치는 한다. 기장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반딧불이 보호를 하려면 많은 시간, 예산, 인력이 필요하다”며 “인위적 개입에 대한 실효성도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북 무주군은 반딧불이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어 부산 지자체와 비교된다. 무주군청은 반딧불이 전담팀과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150여 개의 반딧불이 서식지를 관리한다. 올해 예산 2억 원가량을 편성해 반딧불 먹이인 다슬기를 방사하는 등 보호 노력도 한다.
전문가들은 반딧불이를 환경의 깨끗함을 알아보는 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신대 의생명과학과 문태영 명예교수는 “반딧불이를 살리는 게 환경을 살리는 것”이라며 “보여주기 행정으로는 반딧불이 보호가 불가능하다.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반딧불이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