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산 소멸 해소책, 제대로 된 진단이 먼저다

입력 : 2024-07-10 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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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

광역시 최초 소멸위험단계 진입
인구 감소·청년층 타지 유출 겹쳐

시, 심각성·원인 제대로 인식해야

좋은 일자리 창출·적정 임금 절실
돌봄 등 튼튼한 안전망 구축하길

지난 5일 부산시와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박형준(오른쪽에서 두 번째) 시장. 부산시 제공 지난 5일 부산시와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박형준(오른쪽에서 두 번째) 시장. 부산시 제공

6월 28일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섰다는 발표로 부산시민은 충격에 빠졌다. 1995년 388만 명을 넘던 인구가 2023년 329만 명으로 감소하는 등 지속해 줄고 있다. 하루 평균 출생아 수가 2014년 71.8명에서 2023년 35.3명으로 줄어든 것도 문제이지만, 하루 평균 혼인 건수는 2014년 51.9건에서 2023년 28.3건으로 급감한 데다 매년 일자리 구하기 등을 위해 10만 명 이상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서글픈 지역 현실에 대해 부산시가 인식하고 있는 수준은 어떨까? 이번 소멸위험단계 진입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령층이 많다는 단순 평가로 소멸지역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부족한 면이 있고 청년들의 타지 유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소멸위험 지표가 나왔을 때 부산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라면 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를 먼저 해야 도리가 아닐까! 우리나라 고용·노동 분야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으로 1988년 설립돼 수많은 연구를 축적해 온 권위 있는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지표를 박 시장이 다른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발언은 공무원으로서도 한때 연구자였던 사람으로서도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청년 유출 감소로 보는 견해 또한 박 시장의 임기가 아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이고 2022년보다 2023년과 2024년의 청년 유출은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왜곡된 해석이다. 부산시와 시장의 통계 수치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은 이번 경우뿐만은 아니지만, 부산 소멸이라는 심각한 상황 앞에서도 이런 인식을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래서는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산시의 여러 대책 중 인구 유입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방안은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보기 힘들다. 부산 외부에서 노동자와 청년을 유입하는 정책을 펴기 전 부산지역 노동자와 청년을 위한 정책이 먼저이다.

부산의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취업하고 싶은 곳 즉 양질의 일자리와 적절한 임금이다. 먼저 고용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2023년 부산의 고용률은 57.7%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고 전국 평균 62.6%에 비해서도 낮다. 그리고 부산 실업률은 3.1%로 전국 평균 2.7%보다 높다. 이는 부산의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고용 여건이 다른 시도보다 열악하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민선 8기 들어 경영 효율화 즉 공공기관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통폐합을 추진함으로써 공공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마저 줄어들었다.

일자리만큼 중요한 임금을 보면 공공기관의 생활임금이 부산은 2024년 시급 1만 1350원, 월급 237만 2150원이다. 이에 따라 2023년과 2024년 각각 1.9%, 2.5% 상승에 그쳐 부산은 올해 기준 17개 광역시도 중 임금은 10번째, 상승률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2023년 부산의 월평균 임금 수준도 269만 원으로 전국 광역시도 중 5번째로 낮은 데다 전국 평균 임금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심각한 실정이다.

좋은 일자리, 적절한 임금 다음으로 돌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에 대한 돌봄이 가족에게만 맡겨지는 한편 돌봄에 큰 비용이 발생해 혼인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돌봄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야 결혼과 출산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 일자리, 임금, 돌봄 등 사회적 안전망 등이 튼튼하게 갖춰지지 않는다면 부산을 떠나는 사람을 막거나 타지인과 외국인을 부산으로 끌어들이기는 힘들다. 부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추진해 온 각종 정책과 사업의 결과가 현재의 소멸위험단계라면 지금이라도 부산시 정책을 되돌아보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파트가 들어설 곳에 기업을 유치하거나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교량과 터널 대신에 대중교통 중심의 도로 계획을 세우고, 보여주기식 이벤트와 협약 체결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예산을 대거 편성하는 등 지금까지와 다른 행정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부산은 노인과 텅 빈 아파트의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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