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화도시로 거듭” vs “세금 먹는 하마 될 것”

입력 : 2024-07-23 17:43:44 수정 : 2024-07-23 22: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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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우려 겹친 퐁피두센터 분관

부산시가 세계적인 미술관 퐁피두센터의 부산 분관 유치에 본격 나섰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퐁피두센터 본관. 혁신적인 외관과 공공을 배려한 공공디자인이 잘 구현된 퐁피두센터와 그 주변에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늘 북적인다.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세계적인 미술관 퐁피두센터의 부산 분관 유치에 본격 나섰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퐁피두센터 본관. 혁신적인 외관과 공공을 배려한 공공디자인이 잘 구현된 퐁피두센터와 그 주변에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늘 북적인다. 부산일보DB

세계적인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이 공식적인 첫 발걸음을 뗐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22일 부산시가 제출한 ‘세계적 미술관 분관유치를 위한 업무협약 동의안’을 원안 그대로 가결했다. 24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부산시는 퐁피두센터와 정식 협약에 나서게 된다.

부산시와 시의회는 이례적으로 이번 심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며 MOU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았지만, 시가 분관 건립 및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과 브랜드 사용료, 재정 지원 등을 담당하고, 퐁피두센터는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기획, 작품 대여와 운영자문을 담당하게 된다.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은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에 연면적 1만 5000㎡ 규모로 들어서며 전시설, 자료실, 수장고 등이 들어선다. 2026년까지 실시설계 및 행정절차 마무리하고, 공사에 들어가 2030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시 박희연 문화예술과장은 “예산이 수반되는 안건은 시의회 동의를 받아야 MOU를 체결할 수 있다”며 “퐁피두센터는 이미 이사회 의결을 받았고 부산시도 시의회 승인을 받았으니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은 공식적인 첫발을 뗀 것이다”라고 밝혔다.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주요 공약으로 2022년부터 퐁피두센터와 협의를 시작했다. 박 시장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파리를 방문할 때마다 퐁피두센터 관계자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했고, 직접 만나지 못할 때는 퐁피두센터 회장과 화상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진행을 맡은 정영민 부산시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기반팀장은 “시의회 승인을 받은 후 원래 8월경 퐁피두센터와 MOU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파리올림픽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9월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MOU를 체결하면 세부적인 내용들이 알려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퐁피두센터는 루부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더불어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불린다. 루부르와 오르세가 고전 작품에 강하다면 퐁피두센터는 현대미술분야에선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며 복합문화공간과 도서관도 유명하다. 퐁피두 부산분관이 생긴다면 글로벌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걸맞는 세계적인 문화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며, 경제적인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시관 건립에 1100억 원이 예상되고 이후 브랜드 사용료 등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운영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여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화그룹이 오는 11월 서울에 퐁피두 한화를 개관할 예정인데 기존 63빌딩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기업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부산시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퐁피두센터 부산분관과 차이가 있다. 물론 퐁피두 한화 역시 리모델링 공사 비용은 수백 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은 퐁피두센터가 직접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퐁피두 소장 작품도 적극 활용한다”며 “서울에 들어설 시설과 여러가지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문화계에선 “기존 활동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이 늘 아쉬운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문화시설이 계속 지어지는 것을 두고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며 지적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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