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를 3개월 여 앞두고 본격적인 공세 모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중도 하차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추격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민주당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낙태권, 법치주의 등의 문제를 앞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너로 몰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간 민주당에서는 대선 레이스 초기부터 낙태권, 민주주의 원칙, 경제적 공정성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약한 이슈들을 통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려고 해왔다.
그러나 선거전이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인지력 논란으로 흘러가면서 공화당의 공세에 맞서 방어에 전념하느라 이런 이슈들을 활용할 기회를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하차하고 검사 출신에 여성이자 유색 인종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등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이 선거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우선 검사 출신으로, 날카로운 언변이 강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에서 34개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은 만큼 법치주의 후보 대 중범죄자라는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18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청문회에서 송곳 질의로 막강 화력을 과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선대본부 연설에서 자신이 검사 시절 성추행 사건을 전담했다며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고 저격수를 자임했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에서 나는 자랑스럽게 내 경력을 그의 경력에 맞서 부각할 것”이라고도 별렀다.
이러한 그의 자신감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로 반전된 분위기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 이후 유권자 4001명을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2%포인트(P) 차이로 따라붙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양자 대결 시 지지율 격차는 6%P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격차를 줄인 것은 ‘집토끼’인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때문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민주당 유권자의 65%는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말 같은 질문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힌 민주당 유권자들의 비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새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민주당 지지층이 해리스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민주당 유권자들은 공화당 유권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할 조짐이다. 민주당 유권자의 27%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투표할 의지가 매우 높아졌다고 답해 공화당 유권자(24%)보다 적극적이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일부연합뉴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