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흔들었던 친윤(친윤석열)계도, 조직표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지켜본 당내 인사들의 평가다.
어느 때보다 ‘거칠었던’ 당권 경쟁이었지만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조는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한 후보가 1차 ‘단판승’을 거둔 것은 한 후보에 대한 당내 팬덤이 워낙 강력한 데 더해 친윤계의 당 장악력 약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친윤계 인사들은 한 후보와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면서 원희룡 후보를 우회 지원해 왔다. 하지만 원 후보가 1차 경선에서 낙방한 데다, 이렇다 할 조직표 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한동훈 체제 이후 당내 권력 구도가 급격히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의 과반 득표는 친윤계의 조직표, 이른바 ‘오더표’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는 친윤계 후보인 김기현 의원이 조직표에 힘입어 당선된 전례가 있다. 당시 친윤계 인사들은 조직적으로 연판장을 작성, 당시 나경원 후보의 출마를 저지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계 인사들은 원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이에 원 후보가 한 후보의 독주에도 선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한 후보의 막판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로 밑바닥 당심이 크게 요동치면서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나 후보를 필두로 원 후보 등의 ‘십자포화’가 이어졌지만, 최종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율과 흡사하게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에 대한 ‘그립’ 약화와 친윤계의 영향력 쇠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에 따라 친윤계 지원을 받는 원 후보가 줄곧 한 후보와 윤 대통령의 ‘거리감’을 강조하거나 네거티브 여론전을 펼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 후보가 애초부터 노선을 잘 못 잡았다. 전당대회 캠페인 방향성을 ‘반 한동훈’으로 가서는 안 됐다”며 “‘총선 고의 패배’, ‘제3자 특검은 대통령 탄핵’ 등 원 후보의 거친 메시지가 당원과 국민의 반감만 산 꼴”이라고 말했다.
이전보다 낮은 투표율 역시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번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은 48.51%를 기록했다. 지난 전당대회보다 6.59%포인트 낮은 수치다. K-보팅 투표와 ARS 투표를 합산하면 총 당원 선거인단 84만 1614명 중 40만 827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경선 결과에 80%를 반영하는 당원 투표는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력’의 영향이 커져 당내 기반이 약한 한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전망과, 투표율이 한 후보의 대세론을 꺾을 수 없다는 전망이 엇갈렸다. 낮은 투표율에 ‘친윤 조직표가 결집됐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던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조직표 역시 미미했다는 것이다.
이날 전대 결과로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직을 내려놓은 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03일 만에 집권 여당 당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에도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진종오 의원이 당선돼 ‘친한 체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나머지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 최고위원 3명은 비한동훈 성향이라는 점에서 지도부 내 주요 현안을 두고 긴장 관계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한 신임 당대표가 윤석열 정부 내각 출신인 추경호 원내대표와 관계 설정을 어떻게 가져갈 지도 주목된다. 양측은 모두 ‘윤 정부 성공’을 기치로 내걸면서도 원내와 원외로 분리돼 자연스레 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누가 당대표가 되든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간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전당대회 직전에 나온 데다,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 이후 현역 의원들의 반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해석을 낳았다. 각종 법안 처리에서 원내대표가 원내 중심으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당대표가 된 한 후보가 제3자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 등을 추진할 경우, 이에 반대의 뜻을 밝힌 원내 인사들 중심으로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