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스를 수 없는 ‘당원 주권주의’ 시대다. 지역·세대 균형을 반영해 온 대의원제는 이제 과거 유산이 됐다. 이는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정치적 효용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부분의 당원이 아닌 권력이 집중되는 지도자 한 명의 효능감만을 위한 슬로건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다수의 폭력성에 소수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의견의 강렬함을 키우는 용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 정치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변 없는 말 그대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다. 이재명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를 엄호하는 최고위원 후보들도 선전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후보의 유일한 대항마인 김두관 후보의 고향 부산·울산·경남(PK)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PK 야권 최대 관심은 최고위원 후보 선거로 자연스레 옮겨졌다. 하지만 여기서도 변수는 없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4위에 머물렀던 ‘찐명’ 김민석 후보는 부울경 순회 경선에서 친명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 1위로 올라섰다.
당대표 ‘절대 1위’ 이재명 후보의 선택을 받은 이른바 ‘명픽’ 김 후보의 약진은 예상된 부분이다. 하지만 적어도 부울경에서 만큼은 그 기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부산·울산·경남 재도약의 첫걸음인 KDB산업은행 이전 반대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PK 민주당 권리당원은 김 후보로 몰려갔다. 그들이 사랑하는 이 후보가 대다수 부울경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외면하더라도 대선 가도에 문제가 없다는 일종의 ‘전략적 판단’인지는 압도적 몰표를 준 그들만 알 것이다.
어대명의 끝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사법 리스크를 차치하면 지금의 탄탄한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선까지 직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팬덤 정치의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며 기저에서 숨죽이고 있는 여론은 그저 소수에 그친다는 판단 아래에서다.
다만 확실한 건 대다수의 부울경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마지막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대선의 기본 공식이다. 역대 진보 정당 대선 후보가 그랬듯 PK에서 선전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이미 화살은 날아갔다. 그 끝을 지켜볼 뿐이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을 만들어 이재명을 호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부울경 권리당원의 판단에는 시대적 통찰력이 포함돼 있었기를 응원할 뿐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