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도 한국 대표 관광지인 부산 해수욕장마다 피서객들로 가득차고 있다. 1등 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엔 최근 나흘간 100만 명 넘는 피서객이 몰렸다. 광안리해수욕장도 개장 이후 매주 방문객이 늘고 있으며, 송도해수욕장 역시 지난해 방문객을 훌쩍 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더위는 더위. 시민들은 물론 부산으로 피서를 온 외지인들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유명 카페나 이색 콘텐츠 시설 등 실내 시설로 피서지를 바꾸는 일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평일 오전인 1일 오전 11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은 피서객들로 가득 찼다. 워낙 더워서인지 바다에 뛰어든 피서객들 가운데에는 냉감 소재로 된 자외선차단마스크나 토시를 착용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양산을 든 채 수영하는 피서객도 있었다.
파라솔을 대여하거나 텐트를 친 피서객들은 그걸로 부족했던지 무선 선풍기를 틀어두거나 쿨파스를 몸에 붙인 채 시간을 보냈다. 이날 부산 자외선 지수는 8.7로 ‘매우 높음’을 기록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김태민(38·울산) 씨는 “매년 광안리에 물놀이하러 찾아오는데 올해는 평일 한낮 무더위에도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부산 해수욕장도 다양한 콘텐츠로 피서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의 경우 올해부터 어린이 전용 해수풀과 미니 슬라이드를 운영하는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해수욕객이 크게 늘었다. 멕시코에서 부산을 찾은 안토니오 게잘(37) 씨는 “숨쉬기도 힘든 뜨거운 날씨긴 하다”면서도 “송도만이 주는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아이들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송도해수욕장에는 송도 해상 케이블카, 해상 다이빙대 등은 외지 피서객들에게 매력적인 즐길 거리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거북이 모양을 형상화한 다이빙대는 해변에서 80m 정도를 구명조끼나 튜브 없이 수영할 수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한 현장 안전요원은 “요즘에 다이빙대를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무더위에도 외지 관광객들이 몰려든 부산 해수욕장들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힙’한 피서지로 떠올랐다. 경기도 광명에서 부산으로 가족 여행을 왔다는 신유빈(29) 씨는 “바다에 왔으니 물놀이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를 준비했고, 얼굴과 목은 햇빛을 받지 않기 위해 시야만 확보되는 ‘히잡’ 같은 아이템을 선택했다”고 웃었다.
실제 수치로도 올해 부산 해수욕장의 인기가 확인된다. 특히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최근 방문객이 급증했다.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4일 만에 해운대해수욕장에는 103만 명이 찾았다. 매일 평균 25만 명이 찾은 셈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역시 본격 성수기에 들어선 7월 넷째 주 30만 6960명이 찾았다. 7월 셋째 주에도 24만 8421명이 찾았다. 송도해수욕장은 최근 사흘간 12만 8800명이 방문했다.
해수욕장뿐 아니라 부산 시내 곳곳에서 외국인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부산을 찾았다가 불볕더위를 피해 부산 곳곳의 이름난 카페나 이색 놀이시설로 피서지를 바꾼 관광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물멍(물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맛집’으로 소문난 중구 남포동 한 카페에는 연신 손님이 들어섰다. 천장에 조성된 유리 수조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광안리해수욕장 앞 한 동물 카페도 20~30대 손님들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앵무새와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을 보면서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실내에서 보드게임 등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등도 피서객 발길이 이어졌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