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려는 부산에서 ‘영화의 바다’가 펼쳐진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일 개막식을 갖고 11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에 들어간다. 올해는 63개국에서 제작된 224편의 영화가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개막작으로 김상만 감독의 영화 ‘전, 란’이 상영된다. ‘전, 란’은 양반가문에 소속된 노비들의 난으로 가족이 살해당한 양반가 외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칼을 겨누는 작품이다. 폐막작은 칸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린 에릭 쿠 감독이 연출한 ‘영혼의 여행’으로 정해졌다. 세계적인 샹송 가수 클레어와 그녀의 열렬한 팬인 유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BIFF는 국고보조금 절반 삭감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기업 협찬 등을 통해 상영작을 확대하고, 특별기획, 포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한다. 아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동을 보인 인물 및 단체에 수여하는 아시아영화인상은 일본 스릴러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수상한다.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는 고 이선균 배우가 선정됐다. 그의 연기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프로그램인 ‘고운 사람, 이선균’에서는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와 함께 유작 ‘행복의 나라’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영상 제작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최초로 개설하는 ‘AI 부스’는 영화의 미래 방향성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부산 영화계에 좋은 소식이 많다. 부산은 올해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의장 도시에 선정돼 앞으로 2년간 22개국을 대표해 영화와 관련된 각종 국제행사를 주최하는 등 글로벌 영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3일에는 2024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화려한 축포를 쏜다. 1958년 출범한 부일영화상은 2008년 부활 이후 17년 동안 이어지면서 국내 최고 영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BIFF와 부일영화상은 영화인들에게 기회와 용기이고, 한국 영화가 세계로 확산하는 플랫폼이 됐다. BIFF와 부일영화상 쌍두마차와 함께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의장 도시 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부산이 글로벌 문화 허브도시로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BIFF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지난해 초유의 내분에서 벗어난 쇄신과 시민과의 소통, 정치적 중립성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영화 산업과 차세대 인재를 키우고,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할 전략도 제시해야 한다. 특히, 2025년 30주년을 앞두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방향성을 각별히 고민해야 한다. 영화제 기간에 태풍 영향으로 강풍과 많은 비가 우려된다. 하지만, 온갖 풍상을 겪은 BIFF가 이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감동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믿는다. 부산 시민과 전 세계 영화인 모두 지난 무더위를 떨치고 ‘영화의 바다’에 풍덩 빠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