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시스템 오류로 119 대원들이 신고자의 위치를 찾지 못해 신고자가 숨지는 일이 최근 부산에서 발생했다. 당시 신고자는 “몸이 아프다”며 119에 구조 요청을 하면서 자신이 거주 중인 주소와 건물명, 동·호수 등을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할 때 쓰는 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이 해당 정보를 정확히 입력했음에도 잘못된 경로를 안내해 구조대원들은 신고자를 찾지 못한 채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연락이 끊긴 신고자는 1주일 뒤 주검으로 발견됐는데,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라 하겠다. 정보화 강국임을 내세우는 대한민국의 사회안전망이 이렇게 허술한가 싶어 놀랍고 참담하다.
이런 사고가 의외로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달 13일 서울에서의 119 신고 접수 장애가 한 예다. 이날 사고 역시 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이 문제였다. 시스템 내부 네트워크 분배기에서 데이터 전송 오류가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약 45분 동안 120여 건의 신고가 처리되지 못했고, 소방당국은 ‘긴급상황 시 112로 신고해 달라’는 안내문자를 다급히 발송해야 했다. 이런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는 데에는 해당 시스템의 노후화가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이 시스템은 그동안 데이터의 처리나 백업, 호환 등에서 크고 작은 장애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근본적인 시스템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에 부응하려는 소방당국의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의 경우 2020년 노후 긴급구조 표준시스템 보강사업 착수보고회를 가진 데 이어 2022년에도 해당 시스템 노후장비 교체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소방청도 시도별로 따로 운용되는 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국가 단위 통합시스템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2022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부산에서 위치 파악 오류로 신고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데서 확인된 것처럼 시스템 불안정은 여전하고, 국가 단위 통합시스템 구축은 감감무소식이다. 결과적으로 모두 말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얼마 전 전남 순천 여고생 흉기 피습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잇단 ‘묻지 마 범죄’에 국민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살인·테러 예고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범죄 위협과 공포가 일상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형편에 119 신고 같은 가장 기초적인 안전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의지해 삶을 이어가야 하는가. 하루하루가 불안한 환경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 할 것이다. 마침 소방청이 119 긴급신고의 전략 목표와 중점 과제 등을 담은 ‘5개년 기본계획’을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부디 이번에는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