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두고 격돌 중인 부산 여야가 ‘침례병원 공공화’, ‘산업은행 이전 지연’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금정구 최대 현안인 침례병원 문제는 물론 산은 이전 역시 오랜 ‘희망 고문’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두 사업을 둘러싼 양측의 공과에 대한 판단이 표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1일 ‘공공 침례병원을 만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선거전 중에 상대 당 공약을 반기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2017년 파산한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바꾸는 사업은 현 금정구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아직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통과가 돼야 사업이 확정되지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인데다 의정 갈등으로 상정 일시는 기약이 없다.
이에 민주당은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의 ‘1호 공약’으로 침례병원 공공화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부산시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10대 과제에 침례병원 정상화가 빠져 있다”며 시의 의지 부족을 비판하는 등 이 문제를 국민의힘의 ‘약한 고리’로 보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지연된 건 건보 재정 악화 등을 우려하는 보건복지부와 건보 측의 부정적 입장 때문이다. 의회 다수당인 야당이 당장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민의힘이 이날 ‘환영’ 의사를 밝힌 것은 오히려 여권 주도로 침례병원 공공화가 최종 단계까지 왔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추후 정부 논의 과정에서 혹시 모를 민주당의 반대를 막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반대로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산은 이전 반대 발언을 거론하며 책임을 ‘여권 내부의 이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산업은행 이전 정지 작업은커녕 오세훈 서울시장도, 산업은행 노조도 설득 못 하면서 왜 민주당을 탓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가 지난달 부산에서 “산업은행 이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게 김민석 의원”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오 시장은 최근 시정질문에서 “(산업은행은)여러 가지 이유로 서울에 계속 존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는데, 민주당 부산시당은 당시 오 시장의 발언과 동영상을 언론에 배포하는 등 이 발언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략이 주효할지는 미지수다. 산은 이전 지연은 김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서울 본사’ 규정을 바꾸려는 산은법 개정안이 수 년째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직접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공공기관 이전은 서울시장과 노조가 찬성해서 할 수 있었느냐”며 “민주당의 ‘책임 떠넘기기‘ 시도가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