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특별공급에 1만 6000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평(3.3㎡)당 분양가가 6530만 원이었지만, 경쟁률은 474.4 대 1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는 수도권 일부 단지의 무순위 잔여세대 청약에는 수십만~수백만 대 1이라는 비정상적인 수치가 찍히기도 한다.
이달 초 분양한 부산 수영구 광안동 ‘드파인 광안’의 1순위 경쟁률은 13.1 대 1이었다. 두 자릿수를 겨우 넘긴 경쟁률이지만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단지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이보다 앞서 부산에서 분양한 여러 아파트는 경쟁률이 1 대 1조차 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둘러싸인 제2의 도시라기에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미분양 실태를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 차는 더욱 극명해진다. 8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의 80% 이상이 지방에 몰려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은 지방에서 도드라진다. 지난 8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573세대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시작한 부동산 훈풍이 인천, 경기도를 거쳐 주요 광역시로 뻗어나가는 형세였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불장 또는 상승 전환은 수도권 위주로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된 모습으로 형성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이대로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부동산 시장의 격차는 그렇지 않아도 좁히기 어려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서울에 살지 않는 타 지역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는 ‘상경 투자’는 이미 급증했다. 지금도 공고한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하고 지방 소멸이라는 정해진 미래로 성큼 다가서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의 시선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꽂혀있다는 데 있다. 서울 강남 3구 등 일부 상급지의 집값이 널뛰기하자 이를 잡겠다고, DSR 2단계 규제 시행 등 대출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전 국민이 은행 대출창구만 바라보며 고통을 감내하는 실정이다.
벼랑 끝에 선 지방 건설·부동산 경기를 생각해서라도 지역별로 금리를 차별화하는 등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 한시적으로라도 세제 완화를 시행하는 등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스톱’ 수준인 지방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원활히 돌아가도록 밀어주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때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