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씨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교보생명이 남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가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세계 시장에 출판됐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광 뒤에서 한강 작가를 도운 조력자가 되어준 셈이다.
대산문화재단은 한국문학 발전이 이바지하겠다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의지를 받아 지난 1992년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교보생명이 출연했으며 민간 유일의 문학 지원 재단이다. 30년 넘게 한국문학의 번역·연구·출판지원, 외국문학의 번역지원, 국제문학포럼, 대산창작기금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우리 문학의 세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이전인 지난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게 된 것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옮긴 ‘채식주의자’를 영국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펴낼 수 있도록 출판 지원을 한 것이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대산문화재단에서 전액 출판 비용을 지원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현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입사(1996년)에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30년 넘게 재단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대산문화재단 창립 30주년 당시 “문학이 사회 구성원, 나아가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운영해왔다”며 “문학의 가치는 퇴색되지 않고 사람들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술과 문화를 지원하는 일은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하기에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와 교보생명의 인연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걸린 이른바 ‘광화문글판’으로도 이어진다. 한강 작가는 ‘광화문글판’의 문안선정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3월 ‘봄이 부서질까봐/조심조심 속삭였다/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최하림 ‘봄’) 글귀는 한강 작가가 추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대산문화재단은 올해 번역 지원 사업으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의 스페인어 번역을 비롯해 현기영의 대하소설 ‘제주도우다’의 영역과 중역,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의 영역 등을 선정하는 등 꾸준히 한국문학 세계화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1993년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전세계 언어로 번역해 출판된 작품이 문학, 고전, 시, 인문, 연구 등 총 400여건이 넘는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