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생에너지 투자 소홀 녹색채권, 친환경 취지 살려야

입력 : 2024-11-29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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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수력보다 LNG 비중 높아
국가 차원의 점검과 체계 재정립 시급

LNG복합발전소인 김포 열병합발전소 전경. 그동안 국내 녹색채권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다 LNG 발전소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부산일보DB LNG복합발전소인 김포 열병합발전소 전경. 그동안 국내 녹색채권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소 보다 LNG 발전소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부산일보DB

2018년 국내 첫 발행된 녹색채권 총발행액이 33조 5561억 원에 이르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재생에너지보다 LNG발전에 집중됐다고 한다. 채권 목적이 녹색산업 육성인데 태양광·풍력·수력을 합친 것보다 화석연료인 LNG발전에 더 많이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부산일보〉 취재진이 한국거래소에 등록된 국내 녹색채권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용처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녹색채권 사용처에 대한 최초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 채권의 출발 취지마저 의심케 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주먹구구식 운용이라면 녹색으로 위장한 상품에 딱지 붙이는 ‘그린워싱’ 혐의마저 덮어쓸 수 있는 상황이다.

막상 사용처를 전수조사해 보니 허울뿐인 국내 녹색채권의 특징이 명확히 드러났다. 전체 발행액 중 태양광·풍력·수력을 합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10%가 되지 않았다. 또 다른 청정에너지인 수소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는데 이마저 모두 ‘그레이수소’ 사업이었다. 녹색의 근본 취지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에 있는데 석유화학 및 철강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와 LNG에서 추출한 개질 수소 등 그레이수소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이래서야 녹색 사업에 투자했다고 하기 어렵다. 심지어 데이터센터·쇼핑몰·고층 타워 등 전력 소비가 큰 시설을 짓는 데도 녹색채권이 투입됐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탄소중립’이 핵심이다. 발전 분야 투자의 36%를 차지한 LNG는 석탄발전의 50~70% 수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석탄발전보다 낫다는 이유로 친환경 마크를 붙이기엔 온실가스 배출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그린워싱의 중심에 있는 것이 LNG발전이다. 유럽이나 미국이 녹색채권을 LNG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은 대부분을, 미국은 80%를 재생에너지에 투자 중이다. 우리는 LNG를 친환경으로 포장해 투자함으로써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춘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미약한 우리의 국가 에너지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전환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유럽연합이 일찍이 녹색금융 활성화로 에너지전환을 도모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지속가능 금융 행동계획’을 통해 녹색금융 활성화 전략까지 발표했다. 이를 위한 분류체계를 만들고 탄소국경세 도입 등 무역장벽을 쌓는 중이다. 우리가 무늬만 녹색채권을 내세워 그린워싱 국가로 낙인찍히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녹색채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채권 발행 성과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강화해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녹색채권 운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점검과 체계 재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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