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통로 어디? 공사장 난립에 미로 된 서부산 관문 [부산을 바꾸는 디자인]

입력 : 2024-12-10 18: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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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서부버스터미널

20년 째 그림 없이 중구난방 개발
표지판 제각각, 도로 정비는 미흡
공사 과정서 공공디자인 적용해야

지난 5일 오후 부산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을 찾은 디자인 전문가들은 환승객들의 길 찾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표지판과 신호등, 전신주 등의 난립과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사로 인해 통행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 지난 5일 오후 부산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을 찾은 디자인 전문가들은 환승객들의 길 찾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표지판과 신호등, 전신주 등의 난립과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사로 인해 통행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

부산도시철도 사상역 5만 명, 시외버스터미널 3만 4000명, 부산김해경전철 2만 명…. 인근 공장·기업 근로자들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유동 인구 13만 명에 이르는 교통과 상공업의 요충지.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일대 얘기다.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내년에 개통되고, 도시철도 사상~하단선이 2027년부터 운영되면 유동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여 년째 공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전체적인 큰 그림이 없이 공사가 이어지면서 여행객을 비롯한 이방인에게는 원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는 미로가 돼 버렸다.

■공사·운영 제각각 경관 훼손만

부산서부버스터미널 앞. 애플아울렛을 중심으로 길 건너 음식점, 병원, 마켓 등 번화가가 뻗어있었다. 각종 간판이 빼곡하게 들어찬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이어진 그 곳에서 도시철도 사상역과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을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1년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이 생기고 부산도시철도 사상역과 버스터미널을 잇는 연결통로가 2012년 마련됐지만 길 찾기는 여전히 노동에 가까웠다.

지난 5일 오후 4시 부산 사상구 부산서부버스터미널을 함께 찾은 디자인 전문가들은 환승객들의 길 찾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시철도 사상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까지 지하통로도 마련돼 있지만 여행객 상당수는 여전히 지상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표지판과 신호등, 전신주 등이 난립한 것도 문제였다. 한국전력, 경찰청, 기초자치단체 등 운영 주체들이 나뉘면서 설치물 정리가 제각각이다보니 되레 도시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었다. 공사 주체도 마찬가지. 도시철도는 부산교통공사, 복선전철은 국토교통부 등이 맡으면서 역사 안내 시스템도 중구난방이었다.

시민이 빠진 채 각종 공사가 이어지면서 정주 인구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동남권디자인산업협회 박영심 대외협력부 이사는 “시민이 참여하면 공사가 지연되는 것 같지만 시민들의 실질적인 아이디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 방법은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장 난립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희망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공디자인이 적용되면 공사 후 뒤늦게 보수 작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상구가 제정을 준비 중인 공공디자인 조례가 지역 공공디자인의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공공디자인 조례가 제정되면 공공디자인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 공영주차장 일대 3만 2000㎡에 이르는 부지에 조성 중인 도시바람길 숲 ‘사상역 문화숲’도 주변 환경을 바꿀 수 있다. 부산시 주요 관문 경관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부산디자인진흥원 김유준 과장은 “역 주변 지역의 공공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선 건축 실시설계 단계부터 공공디자인이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며 “지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다면 제2의 부산역으로서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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