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경마문화를 창출하고 부산·경남지역 발전과 지방재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문을 열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마사회의 꼼수로 인해 개장 20년만에 건전한 경마문화 창출은커녕 지방재정 결손까지 초래할 수 있는 존재로 전락했다. 마사회는 경마가 사행심을 초래하는 산업으로 변질돼 사회적 해악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사회가 내세운 목표를 믿고 지역에 경마공원을 유치한 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익만 추구함으로써 ‘사행’을 넘은 ‘사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해 12월 부산경남경마공원(부경공원)의 경주마를 영천경마공원(영천공원)으로 옮겨 경주를 한다는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마사회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내년 9월 개장하는 영천공원의 경주마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서’이지만 이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주마 유출로 부경공원은 경주를 줄일 수밖에 없어 한해 최대 536회까지 경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부산·경남의 레저세 감소로 곧장 이어질 전망이다. 마권 발매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레저세의 부산·경남지역 규모는 한 해 1000억 원을 웃돌지만 경주마 유출로 한 해 300억 원 이상의 레저세 결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레저세 결손만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마사회는 이 같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부산·경남과 사전 협의 없이 계획 확정 직전이 돼서야 내용을 통보했다. 부산·경남 경주마 수급에 영향을 미칠 사안을 경북·영천과 몰래 ‘짬짜미’로 진행시켰다는 뜻이다. 경북·영천이 마사회에 30년 동안 레저세 50% 감면을 약속했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레저세 절반을 챙기겠다는 마사회의 잇속이 작용했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마사회는 경주마 수급에 꼭 필요한 마주의 승인을 받기 위한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부경공원 경주마 수급 계획이 처음 나온 2018년부터 8년 동안 마주협회와 단 한 차례의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의도적으로 부산·경남 쪽과 접촉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의뭉스러운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사회 측은 “협의는 하겠지만 현재로선 기본계획 변경 계획은 없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사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레저세를 통해 지역 재정에 일조하면서 건전한 경마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설득하던 20년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태도에 지역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당장 부산·경남 마주협회가 마사회의 행위를 규탄하면서 영천공원 쪽 경마에는 부산·경남 경주마 참여를 일절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초심을 잃고 지역사회를 배제하는 ‘사기’에 가까운 행각을 계속한다면 ‘사행’성 산업의 폐해에 대한 지역사회의 본질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