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준위특별법 시행 영구처분장 구체적 로드맵 세워야

입력 : 2025-03-19 05:10: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부지 선정 근거 마련하고 목표 시점 제시
정부, 빈틈없고 실효적인 추진에 진력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부산일보DB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 처분하는 시설 마련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고준위특별법은 오는 2050년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처분장을 각각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방폐장 확보의 목표 시점이 제시된 것이다. 방폐장 건설이 사실상 출발점에 선 셈인데, 앞으로 하루빨리 촘촘하고도 실효성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 속도를 내는 일만 남았다.

국무회의 통과로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인 고준위특별법에는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을 목표 연도까지 마련하기 위한 부지 선정 절차가 명시돼 있다. 부지 선정을 위해 기초지자체의 신청, 기본·심층 두 단계의 적합성 조사, 주민 투표를 거치도록 했으며 유치 지역과 주변 지역에 특별지원금 등 폭넓은 지원이 이뤄지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적이고 과학적인 절차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이제서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의 실마리를 찾아 만시지탄이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 운전 이후 47년 넘도록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서다. 2005년 경북 경주에 주민 투표를 통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만 확보했을 뿐이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 확보 시점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는 정부가 1983년부터 그동안 모두 9차례에 걸쳐 방폐장 부지 확보를 추진하고도 대규모 혐오시설로 인식한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이나 님비 현상 탓에 성공하지 못한 사실에서 확인된다.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세한 부지 선정 기준과 의견 수렴 절차, 지역민 지원 방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하위 시행 법령과 규칙에서 꼼꼼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방폐장 목표 시점에 맞춘 구체적인 진행 일정과 사안별로 빈틈없는 대책, 지역민 설득 방법 등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 원전들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은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다. 각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률은 2026년부터 줄줄이 포화상태를 맞이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정부가 고준위특별법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원활히 이행해 방폐장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방폐장 부지 선정과 건설에 차질이 생길 경우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확대로 이어져 영구처분장화할 우려가 있다는 원전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는 원전 밖 다른 지역의 영구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국민 홍보와 설득을 병행하며 방폐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