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사천 개청을 축하하기 위한 첫 기념식이 경기도 과천(부산일보 4월 17일 자 1면 등 보도)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남 사천시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념식 논란이 확산하자 우주항공청은 이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29일 사천시의회에 따르면 시의원 전원은 이날 사천시 사남면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의 사천시 개최를 촉구했다.
김규헌 사천시의회 의장은 “5월 27일 우주항공의 날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이라며 “이런 기념식이 엉뚱한 과천과학관에서 개최되는 결정은 지역에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천시의회는 기념식 사천 개최 당위성으로 역사성과 지역 균형발전, 국민 공감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사천시가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시작점인 만큼, 첫 번째 기념식을 통해 역사적 배경을 기려야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우주항공산업 육성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사천시는 물로켓 대회와 천체사진 전시 등 부대 행사를 준비하며 국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본 행사인 기념식까지 사천에서 열리면 국민들이 우주항공산업 중심지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천시의회는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한편 30일부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주항공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전재석 시의회 부의장은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은 반드시 사천시에서 개최돼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장소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우주항공청 개청일인 5월 27일을 국가기념일인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했다. 이에 우주항공청은 올해 초부터 기념식 장소 검토에 들어갔으며, 지난 3월께 국립과천과학관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과천과학관에 37억 원을 들여 누리호 실물 모형을 제작해 놓은 데다, 수도권과 가까워 대통령 권한대행 등 주요 인사 참석도 용이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첫 기념식이 정부청사가 있는 과천에서 열리고, 정작 청사가 위치한 사천에서는 부대 행사만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1일 도청 출입 기자간담회에서 “우주항공청 개청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경남에서 열리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경남도의회 역시 지난 25일 본회의에서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경남 개최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박동식 사천시장 역시 지난 25일 윤영빈 우주항공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기념식 과천 개최에 대한 유감과 함께 장소 변경을 건의했다. 여기에 앞으로 사천시지도자회 등 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발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집단행동에 나서자 우주항공청은 한발 물러섰다. 시의회 기자회견 후 곧바로 우주항공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장소 등 제반 사항을 현재 종합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