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의 마지막 관문은 김문수·한동훈 후보의 대결로 결정됐다. 친윤(친윤석열)계인 ‘반탄파’ 김 후보와 비상계엄 반대 투표와 탄핵을 이끈 ‘찬탄파’ 한 후보 간 1대 1일 ‘진검 승부’다. 두 후보는 경선 내내 부딪혔던 계엄·탄핵 책임론 공방을 이어가면서 공약, 도덕성, 본선 경쟁력 등을 두고 더욱 뚜렷해진 대치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과의 ‘빅텐트’가 승리의 필수 요건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어느 후보가 단일화에 적임인지에 대한 지지층의 판단도 승부를 가를 변수로 거론된다.
29일 발표된 2차 경선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았던 사람은 한 후보였다. 경선 초반 다자구도에서 김 후보는 물론 홍준표 후보에 비해서도 지지율이 낮았지만, 결국 1차 컷오프에 이어 결선 진출권까지 따냈기 때문이다. 반면 김 후보의 경우, 주류인 친윤계의 지원을 통해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왔다는 점에서 결선 진출이 유력시됐다. 경선 초기 탄핵 후폭풍 속에서 반탄 쪽으로 강하게 기울었던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택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본선 대결을 감안해 ‘중도 확장성’에서 비교 우위를 보이는 한 후보 쪽으로 조금씩 기운 결과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오는 3일 전당대회 전까지 ‘이재명 불가론’을 앞세워 당심을 공략하는 동시에, 정권 재창출을 위한 집권 전략과 정책·비전을 통한 중도층 민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 측은 이날 경선 탈락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홍 후보의 지지층과 당내 ‘반 한동훈’ 당원들의 표심이 자신에게 결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한 후보를 ‘배신자 프레임’으로 가두면서 당심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후보 측은 역시 경선에서 탈락한 안 후보 지지층이 한 후보로 이동하면서 지지층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안 후보의 4강 진입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층의 경선 영향력이 입증된 만큼 결선에서도 중도층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후보 측은 결선 구도를 기존 ‘찬탄 대 반탄’에서 ‘쇄신 대 구태’ 구도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비상계엄 당시 내각의 일원이면서 계엄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김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계엄 세력’으로 묶여 중도층 확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지지세 확장을 위해 경선 탈락자인 안 후보에 대한 ‘러브콜’ 경쟁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홍 후보는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이번 대선에서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었지만, 김대식 백종헌 유상범 의원 등 홍 후보 캠프 핵심인사들은 30일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다.
곧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두 후보 모두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적극성에서 차이가 있다. 김 후보는 경선 주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한 대행과 단일화를 공언해온 만큼 ‘잡음’ 없는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 측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식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도 제안한 상태다.
반면 한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경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결선 진출 직후 가진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 인터뷰에서도 ‘원샷 경선’ 구상에 대해서는 “우리 당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 떨어진 후보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제가 후보로 당선돼서, 저를 중심으로 (빅텐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이 출마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로의 ‘흡수’ 단일화를 상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하고, 탄핵 소추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계엄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 대행과의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김·한 후보가 맞붙는 3차 경선은 30일 토론회를 거쳐 5월 1∼2일 당원 선거인단 투표(50%) 및 국민 여론조사(50%) 방식으로 치러진다. 같은 달 3일 오후 2시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대선 후보가 발표된다. 다만, 최종 대선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조만간 대선 출마 선언이 유력한 한 대행과의 단일화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