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현재는 이렇게 지나간다

입력 : 2025-04-29 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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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하 (1999~2023)

미래야

부르자

과거가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왔다

앉아

기다려

훈련을 시켰다

미래에게 줄 간식들을

과거에게 다 써버리면서

훈련 시킨 과거를 데리고

미래를 찾으려 나섰다

평생 쫓겨 다녀서

달리기를 참 잘하는

미래는

사실은 도망치지 않았고

문밖에서 내내 기다렸다고 했다

내가 언제 나오는 건지

나는 어색하게

과거의 손을 잡고

미래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천천히 걸어서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시집 〈미래의 손〉 (2024) 중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다시 읽어 봅니다. 시간은 무엇일까요. 질서와 순서가 있는 것일까요. 어떤 곳에서는 천천이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빨리 흐른다는 시간. 나는 나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람이고, 벌써 도착한 사람인데 이런 나를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세 토막 내어 말할 수 있겠는지요. 시간은 단지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 간의 움직임이라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도 애완 혹은 반려로 훈련 시킬 수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시인이 남긴 시간은 과거일까요 미래일까요 현재일까요. 삶이 고통이라면 시간도 고통이겠지요.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과거와 미래 때문에 현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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