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한국 제2 허브’ 아닌 ‘진에어 제2 허브’ 될 판

입력 : 2025-04-29 1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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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통합LCC 모항 인천” 제안
부산은 LCC 두 번째 모항으로
2020년 한 약속 저버린 ‘말장난’
지역거점 항공사 존치도 ‘먹구름’

지난 14일 오후 김해 돗대산에서 바라본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4일 오후 김해 돗대산에서 바라본 부산 김해국제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와 산업은행의 부산 ‘세컨드 허브공항’ 구축 약속이 ‘진에어의 세컨드 허브’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은행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와 관련 ‘인천·김해 양대 허브’ 구축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경우 부산이 인천공항에 이은 대한민국의 제2허브공항이 아니라 특정 LCC의 두 번째 중심 공항에 그칠 전망이다.

산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대한항공 계열 통합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본사 부산 유치와 관련, 한진그룹에 3가지 방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산은이 전달한 방안은 통합LCC 본사 부산 유치, 에어부산 존치,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다. 에어부산 존치나 분리 매각에 대해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직접 나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주장하던 부산시도 통합LCC 본사 부산 유치로 입장을 바꿨다.

산은은 LCC 3개사 통합 후 본사를 부산에 설치하는 방안과 관련, “인천·김해(가덕도 포함) 양대 허브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통합LCC가 인천공항을 모항(허브공항)으로 사용하면서 부산의 김해공항이나 가덕신공항을 두 번째 모항으로 운영하라는 제안이다. 부산이 ‘한국의 제2 허브’가 아니라 ‘진에어의 제2 허브’가 되는 셈이다.

이는 2020년 11월 정부와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통합 방안을 발표하면서 약속했던 것과는 다른 주장이다. 당시 산은은 양사 통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LCC 3사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LCC가 지방공항을 모항으로 활용하면 지방에서도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국내 두 번째 허브공항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산은은 당시 보도자료의 ‘세컨드 허브’ 표현을 통합LCC의 두 번째 모항으로 해석해 통합 진에어가 인천공항을 모항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항공업계에선 통합LCC의 두 번째 모항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모항이란 해당 항공사 노선의 중심이 되면서 항공기 정비가 이뤄지는 공항을 말한다”면서 “모항이 2개인 항공사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도 이에 대해 “현재 국내 LCC는 모두 인천공항과 지방공항의 두 개 축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천·부산 양대 허브 전략에 대해 “사실상 에어부산의 현재 모습을 설명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이나 티웨이항공 등 국내 LCC는 본점 소재지가 각각 제주, 대구로 지방에 있지만 실질적인 허브 공항은 인천공항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항공기 정비 주요 기능을 인천공항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다. 산은은 통합LCC 양대 허브 전략에 대해 “부산시의 요청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는 “통합LCC가 부산에서 적극적인 노선 확장에 나서 허브공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세컨드 허브 구축’을 둘러싼 산은과 부산시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진에어 중심의 LCC 통합’을 준비하는 대한항공은 에어부산 흡수통합을 위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세컨드 허브 구축이 사실상 ‘말장난’에 머물게 되면서 부산의 ‘지역거점 항공사 존치’ 요구도 같은 방식의 대응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이 진에어에 에어부산 이름만 넣고 거점항공사를 존치시켰다고 주장할 가능성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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