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고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맞은 교사는 오히려 아동 학대로 고소를 당했다.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의 학부모 측은 “교사가 먼저 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아이를 밀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14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부산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A 교사가 5학년 남학생 B 군에게 얼굴과 머리 등을 여러 차례 폭행당했다. 옆 반 동급생과 다투던 B 군이 자신을 말리던 A 교사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교사노조에 따르면 이날 B 군은 점심시간에 옆 반 친구 안경을 빼앗고 목을 졸랐다. 피해 학생 담임인 A 교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B 군은 교실에 들어가 물병과 수저통이 든 가방을 든 채 A 교사를 노려본 것으로 조사됐다.
A 교사는 ‘가방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하자’며 B 군 손목을 잡았는데, B 군은 손을 뿌리친 채 욕설을 하며 폭행했다. A 교사는 얼굴과 목, 팔 등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부산교사노조는 A 교사와 목격 교사들과 면담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부산교사노조 관계자는 “당시 폭행을 목격한 학생들이 충격에 휩싸였다”며 “A 교사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머리채를 붙잡혔는데, 남교사가 말린 후에야 소동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느낀 A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희망 의사를 학교 측에 밝혔고 B 군 학부모는 A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부산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해 최대한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상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폭행을 당한 A 교사는 답답하고 비참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A 교사는 “수치심도 들지만, 학교에 오는 게 고통스럽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며 “교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 책임을 모면하려 피해자를 신고하는 현실이 비통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동 학대 신고가 두려워 일단은 맞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학생의 지속적인 폭력에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손목을 잡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교사는 “B 군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기에 교권보호위원회는 끝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 군의 학부모 측은 교사가 먼저 학생의 얼굴 부위를 폭행했다는 입장이다. B 군의 학부모는 “교사가 학생의 손목을 꽉 잡은 뒤 뺨을 수차례 가격하고 손깍지를 낀 채 아이 얼굴 쪽을 수차례 때렸다”며 “교사가 학생을 밀쳤고 이 과정에서 교사의 머리채를 잡은 것이고 아이 얼굴이 사건 이후 많이 부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측에 이 입장을 전달했지만 학교 측은 학생의 주장을 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처음에 B 군 부모님은 폭행에 대해 모든 걸 인정하고, 학교 측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아동 학대로 신고를 했다는 통보를 받긴 했는데, 고소장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교권을 폄하하고 교사 인권을 무시하는 세태가 더욱 만연해졌다”며 “교육 당국은 이런 무고성 아동 학대 영향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꼭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학부모 교육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고, 학부모 책무성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며 “가족 상담과 치료 등 세심한 후속 조치로 가해 학생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