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2심도 중대장 징역 10년·부중대장 징역 7년 구형

입력 : 2025-05-14 23:22:47 수정 : 2025-05-15 00:33:1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부중대장(중위)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부중대장(중위)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1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 모(28·대위) 씨와 부중대장 남 모(26·중위) 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자 결심으로 이어진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 모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음으로써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기상조건·훈련방식·진행경과·피해자의 신체조건 등을 종합하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에서 송치한 업무상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30년 이하)를 적용해 기소했다.


지난 1심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고, 피고인들은 '사고'라고 말하며 잘못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군기 훈련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지휘관으로서 군기 훈련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제대로 판단했더라면, 설령 군기 훈련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법에 정해져 있는 적정 수준으로만 했더라면, 피해자의 이상 상황을 감지했을 때 병원으로 즉시 후송했더라면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추후 자녀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가족과 입대 예정자들은 앞으로 전과 같이 군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군의 지도력과 관리 체제에 대한 국민 신뢰 역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현·전역 병사 부모들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현·전역 병사 부모들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강 씨에게 징역 5년, 남 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사건을 피고인들이 별개의 범죄를 여럿 범한 경우(실체적 경합)라며 기소한 검찰의 판단과 달리, 재판부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상상적 경합)로 판단했다. 실체적 경합이면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할 수 있지만, 상상적 경합이면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이에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학대치사죄의 형량(징역 3∼5년)을 참고해 해당 범위 내에서 선고했다. 또 피고인들이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군 기강 확립을 위해 피해자들을 교육할 목적으로 훈련을 실시하다가 이 사건에 이른 점, 악감정 내지는 고통을 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진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후 검찰은 '형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사망한 박 모 훈련병과 함께 군기 훈련을 받았던 피해 훈련병 중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인해 의가사 제대한 훈련병과 관련해 학대치상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학대 행위와 정신적 상해 발생 간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공소장을 변경하는 대신 관련 자료를 피고인들의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서 진술 기회를 얻은 박 훈련병 어머니는 "지난해 5월 13일은 아들을 군대 훈련소에 데려다준 날이었다"며 "그날의 사건으로 부모는 아들을 군대에 데려가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국가가 데려다 죽였는데 500년을 선고한 들 부족하다"며 "저들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며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해놓고 또다시 항소까지 해 그 진심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며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중대장 강 씨는 최후진술에서 "안타깝게 하늘의 별이 된 고인의 명복을 빌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저로 인해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울먹였다. 부중대장 남 씨도 "이번 사건을 통해 죄를 잊지 않고 평생 마주하며 반성하고 속죄하겠다"며 "숨진 훈련병과 유족,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강 씨와 남 씨의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사건의 법리적 검토와 감형을 재차 요청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