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사법원은 반드시 부산에 설립되어야 한다

입력 : 2025-05-14 17: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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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학 변호사 부산변협 해사법원추진특위 부위원장

해양지식산업 핵심 해사법률 서비스
글로벌 경쟁력 위해 국가 전략 필요

국제적 인지도 ‘부산항’ 브랜드 필수
해사법률 수요도 부산이 압도적
국가적으로 타당하고 합리적 선택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국제해사법컨퍼런스’가 2023년 12월 5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티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국제해사법컨퍼런스’가 2023년 12월 5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티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선박이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단계에서는 선박금융과 선박건조보험이라는 금융과 보험서비스가 필요하고, 금융과 보험은 이자와 보험료라는 수익을 창출한다. 건조된 선박이 운항하기 위해서는 선박 소유자와 선박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 주는 선박 중개 서비스가 필요하다. 선박 중개는 ‘용선’이라는 형태로 행해지고, 선박 중개수수료라는 이익을 발생시킨다. 자동차가 운행 중 사고에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선박도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고(선박의 좌초, 침몰, 화재, 선박충돌, 화물손상, 선원재해, 해양환경오염 등)에 대비해서 선박보험, 화물보험, P&I 보험에 가입한다.

선박 운항 중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분쟁들은 해사법률 전문가, 보험회사, 손해검정사 등이 협업해 협상, 중재, 소송을 통해 해결하게 되는데,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선박도 국적과 나이가 있어 그 안전성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선박은 건조된 후 폐선이 되기까지 20~30년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다. 선박검사 서비스는, ‘선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

이 모든 해사 서비스는 선박과 해운, 금융과 보험, 법률을 이해하고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조선 및 해운산업 강국을 자랑해 왔지만, 아직도 해양지식산업을 미래 산업,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박 및 해운을 매개로 한 금융, 보험, 법률 분야에는 젊은 세대가 도전하고 싶어도 도전할 수 있는 현장이 없고, 국부도 창출되지 않고 있다.

선박금융, 선박 중개, 해상보험, 선박검사, 해기교육, 통번역 등 해양지식산업은 모두 계약이라는 법적 수단, 즉 해사법률 서비스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비즈니스적 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 즉 객관성 및 확실성이 담보된 법률 서비스 없이는 고부가가치 해양지식산업은 발전할 수가 없다. 해사법률 서비스는 해양지식산업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토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해사법률 서비스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해사법원 설립을 통해 가능하다.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럼, 해사법원을 어느 도시에 설립해야 할까? 해사법원을 매개로 해양지식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 미래 세대를 위한 고급 일자리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영국과 달리, 싱가포르 및 중국은 정책적 결단을 통해 이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국가적 차원에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을 효율적으로 안배하지 않으면, 영국, 싱가포르,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부산항’ ‘Busan Port’ ‘Port of Busan’은 항만이나 지역적 명칭을 넘어서 국제적 인지도와 평판을 자랑하는 국가적 브랜드이다. ‘부산항’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해운 및 조선산업의 역사가 ‘부산항’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해양지식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으로 단기간 키워내기 위해서는 ‘부산항’이라는 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 최소의 비용을 들여 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부산항’이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지 않는 해양지식산업 발전 정책은 효율성도 경제성도 없다.

시간이 급하다. 중국은 해사법원을 시작한 지 벌써 40년이 넘었고 글로벌 인지도를 전략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국제해사법컨퍼런스’(2023년 12월 5일 개최)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 관련 클레임 총 1568건 중 약 700건이 부산항과 관련된 클레임이었던 반면 인천은 100건이 조금 넘은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어느 도시를 해양지식산업 도시로 육성,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타당하고 합리적인가? 해사법원은 반드시 부산에 설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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