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국제여객 제2터미널입니다. 야외 주차장 안으로 들어와서 직진해 주세요.’
부산을 찾은 외국인 크루즈관광객이 손에 쥐고 다니는 명함 크기의 안내문에 적힌 내용이다. 이 명함은 부산시관광협회가 부산의 ‘헷갈리는 크루즈터미널 명칭’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만들었다.
최근 크루즈를 타고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그들을 맞는 부산의 수용 태세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부산 크루즈 관광객은 15만 2000명으로 2023년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었다. 부산에 입항한 크루즈선도 2023년 105척에서 2024년 118척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증가세가 더 가팔라 크루즈 171척이 부산에 입항하며, 관광객 수도 2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300만 명으로 정하고, 관광업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항 크루즈 관광 활성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올해 1년간 전담 여행사와 크루즈 선사가 모집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한해 무사증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크루즈 관광상륙허가제 시범사업’ 논의는 지난해 부산시가 정부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여행 행태가 바뀌고 있는데도 단체관광객 유치만 가능한 제도 때문에 일본에 밀려나고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이런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수용 태세 점검은 더 중요하다. 지역 관광업계가 입을 모아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택시 호객’이다. 부산항에 크루즈가 입항하고 터미널 앞 주차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쏟아져나오면 일부 택시 기사들이 투어 팻말을 들고 호객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법 호객도 문제지만, 턱없이 비싼 바가지요금을 받는 데다 단거리 승객은 태우지 않는 승차 거부도 예사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만 요구하다가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많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에 내려서 처음 마주치는 광경이 택시 호객 행위라니 부끄럽다”며 “망친 첫인상을 짧은 체류 시간 안에 회복하고 돌아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지자체와 경찰 단속을 요구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단속반이 현장에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지켜보기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력 단속과 더불어, 호객 행위가 많은 공항택시의 거친 이미지를 바꾼 인천공항 콜택시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거북이택시’는 미터기 사용, 청결한 차량, 친절한 기사, 사전 예약제와 24시간 상담 등 신뢰 기반 서비스를 통해 공항택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부산도 이를 참고해 단속을 넘어 서비스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부산 크루즈터미널 명칭도 외국인 관광객을 당황하게 한다. 현재 부산에 크루즈가 입항하는 곳은 동구 초량동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부산항국제여객 제2터미널, 영도구의 국제크루즈터미널 등 총 3곳이다. 정기선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하고, 대부분의 크루즈는 부산항국제여객 제2터미널로 입항한다. 제2터미널의 선석이 찼거나, 부산항대교를 통과하지 못하는 초대형 크루즈는 영도구의 국제크루즈터미널로 입항한다.
문제는 3곳의 명칭이 헷갈린다는 점이다. 특히 영어 명칭이 International Passenger Terminal(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International Cruise Terminal(국제크루즈터미널)로 비슷하고, 제2터미널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주차장 안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부산의 택시 기사들도 3곳의 터미널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다 보니, ‘크루즈를 타고 왔다’는 승객 말에 영도로 안내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관광 안내데스크 직원들이 콜택시를 불러줘서 겨우 출항 시간에 맞춰 오는 일도 벌어진다. ‘영도에서 국제여객터미널로 갔다가 마지막에 제2터미널로’ 오는 일도 있다.
관광 콘텐츠도 돌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크루즈는 수도권 여행사와 계약해 ‘부산 겉핥기’ 식 상품으로 운영된다. 지역 업체들은 진입 장벽을 느끼겠지만, 특히 개별 관광객을 위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부산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다.
크루즈 관광은 단기 체류형이다. 짧은 시간에 도시 인상을 받는다. 그 짧은 시간이 혼란과 불쾌감으로 채워진다면 아무리 크루즈가 많이 들어와도 부산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 부산의 첫인상을 바꿀 때다.
김동주 경제부 차장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