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당 개혁안’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당내에서는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고, 일부 친윤계는 김 위원장의 배후설까지 제기하며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개혁안이) 개인 정치나 임기 연장을 위한 것으로 치부된다면 당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개혁안에 대한 의총 논의를 언급하며 “의원들이 개혁안을 받을지 말지 대답하면 될 일”이라며 “절차나 임기를 문제 삼는 것은 개혁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당무감사 추진에 대해서는 “징계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계엄 옹호 발언과 관련한 윤리위 징계 방침에 대해서도 “그마저도 반대한 의원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배후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한동훈 전 대표와 상의했느냐, 김문수 전 장관의 의중이냐, 이준석 의원의 지령이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국민께 면목이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도 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반발도 거세다. 전날 5시간 가량 진행된 의총에서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후보 교체 파동과 관련된 당무감사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결국 이날 의총이 결론 없이 마무리되면서 김 위원장 사퇴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대식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며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논란의 당사자였고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은 만큼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대위가 붕괴된 상황에서 혼자 메아리를 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건강한 지도부 체제가 들어오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전 당원 투표를 통한 개혁안 신임 제안에 대해서도 “어떻게 그걸 여론전으로 가나. 처음부터 의원들 의견을 모아 최대공약수를 뽑아야 했다”며 “굉장히 성급하고 독단적”이라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서는 “7~8월 개최가 중론”이라며 “비대위 체제가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는 김 위원장을 향한 옹호 발언이 잇따랐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교체 시도는) 대선 패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모종의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분명히 잘못된 것은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소희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메시지를 계속 냈고, 저런 방식으로 개혁을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을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했다”고 말했다. 정성국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계파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친윤이 정말 잘못했으니까 이렇게(당론 무효화와 당무감사) 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11일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개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당내 의견이 갈리는 만큼 즉각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후, 새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갈등을 정리할 수 있을지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