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내가
우주먼지로 만들어진 당신을 향해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없이 찬란한 날
먼지 한점인 내가
먼지 한점인 당신을 위해
기꺼이 텅 비는 순간
한점 우주의 안쪽으로부터
바람이 일어
바깥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적
한 티끌이 손잡아 일으킨
한 티끌을 향해
살아줘서 고맙다,
숨결 불어넣는 풍경을 보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날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 (2021) 중에서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도 생각나고,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던 빅토르 위고의 말도 생각납니다. 사람의 본능에 가까운 감정,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그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점 티끌인 내가 나를 그리고 너를 사랑하기에, 안이면서 밖인 우리가 서로를 귀하게 여길 줄 알기에 아슬아슬한 삶의 위기를 넘기곤 합니다. 우리 안에 신의 성품이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작은 신이 됩니다. 표현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랑. 그러나 널 사랑한다는 말 깊은 곳에 그러니 너도 날 사랑해야 한다는 어쩌면 폭력일지 모르는 사랑도 있음을 함께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